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인 관광객 25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람선 침몰 사고의 유족에게 국내 여행사가 손해의 80%를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창모 부장판사)는 6월 14일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로 숨진 여행객 7명의 유족 9명이 여행상품을 기획한 여행사 '참좋은여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합538386)에서 피고의 책임을 80%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각 8억 2,000여만원∼1억 3,700만씩 총 29억 8,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손해배상액은 사망자 각각에 대해 위자료를 2억원으로 책정하고 일실수입을 더해 상속분을 계산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여행상품은 피고가 목적지, 일정, 운송 또는 숙박 등의 서비스 내용과 그 요금 등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한 후 이에 참가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모집한 기획여행상품이고, 피고는 기획여행업자로서 (여행객들과 맺은) 여행계약 내용의 실시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할 수단을 미리 강구하거나 또는 그 여행자들에게 그 뜻을 고지하여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등 합리적 조치를 취하며 현지 가이드로 하여금 위와 같은 사고 발생의 위험성 및 안전수칙, 사고 발생시의 대처 방법 등에 대하여 철저한 사전교육을 하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피고 및 여행계약 약관에 따라 피고의 과실과 동일시 할 수 있는 피고의 현지 여행사 파노라마 덱의 과실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되는바, 피고는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으로 사고로 인하여 망인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행계약 약관에 의하면 피고는 현지 여행업자 및 그 고용인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손해까지 배상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와 사전 협의에 따라 현지에서 유람선 관광 서비스를 제공한 파노라마 덱은 위 약관에서 정한 '현지 여행업자 또는 그 고용인'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파노라마 덱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며 "그런데 파노라마 덱은 사고 당시 이 사건 유람선(허블레아니호)에 적용되는 현지법상 최소 승무원 요건(선장 1인, 선원 2인)에 미달하는 수의 승무원(선장 1인, 선원 1인)만을 승선시켜 운행하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사고 당시 현지 기상 상황은 사흘 동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사고 당일에는 헝가리 5월 평균 강수량의 67%가 하루 만에 쏟아지는 폭우가 내렸으며, 낮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 탓에 안개도 많이 끼고 강 수위도 높아져 있었던 상황으로, 그렇다면 피고 측으로서는 평상시보다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 사전에 위험 요소를 살펴 제거하거나 안전상 조치를 강구하였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의 현지 가이드와 파노라마 덱은 최소 승무원 요건에 미달한 채로 유람선 관광을 진행하였고, 망인들을 포함한 탑승객들에게 구명조끼도 착용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들은 성인들로 사고 당일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스스로 주의할 수 있는 판단능력이 있었던 점, 망인들로서도 위와 같은 기상 상황에서 유람선 관광을 하는 경우 피고 측에 구명조끼를 요청하여 착용하는 등 스스로 안전조치를 도모하였을 여지가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2019년 5월 29일 오후 8시쯤 부다페스트에서 파노라마 덱의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선착장을 출발해 약 1시간의 야경 투어를 마치고 귀항하던 중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와 추돌해 약 20여초 만에 침몰하면서 허블레아니호에 타고 있던 한국인 여행객 25명이 숨졌다. 숨진 여행객들은 피고 여행사와 헝가리 등 6개국을 여행하는 여행계약을 맺고 2019년 5월 29일 부다페스트에 도착해 다뉴브강 투어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법무법인 지평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