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횡포로 선불금 미변제 … 사기 아니다"
"업주 횡포로 선불금 미변제 … 사기 아니다"
  • 기사출고 2004.08.20 23: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실제 근무의사 여부, 미변제 사유 등 따져봐야"
유흥업소의 여종업원이 유흥업소에 취업하면서 업주로부터 받은 선불금을 갚지 않았더라도 무조건 사기죄로 처벌할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니왔다.

이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을 경제적으로 옭아매기 위해 선불금 제도를 악용해 온 업주들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규홍 대법관)는 8월 16일 유흥업소 주인으로부터 1100만원의 선불금을 받은 뒤 변제하지 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조모(22 · 여)씨에 대한 상고심(2004도3197)에서 이같이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에 수긍이 가고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원심인 창원지법 형사1부(재판장 심갑보 부장판사)는 이에앞서 지난 5월 11일 내린 판결에서 "선불금은 유흥업소 여종업원이 급료의 일부로서 업주에게서 미리 지급받는 돈으로서 단지 이를 갚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를 인정해선 안된다"며, "선불금을 받은 후 실제로 종업원으로 근무할 의사가 있었는지, 변제를 못한 것이 업주의 책임이 기인한 것인지, 여종업원의 책임에 기인한 것인지 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심 재판부는 이어 "조씨는 선불금을 지급받은 후 약정한 2개월간 이 업소에서 근무했으나 업주인 피해자가 고액의 결근비, 선이자, 수수료 등을 급료에서 공제하는 등 급료를 거의 지급하지 아니하고, 조씨가 계속 근무를 요구했음에도 피해자가 거절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선불금을 전혀 변제할 수 없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선불금을 지급받을 당시 변제할 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선불금이 급여의 선지급금으로서의 성격이 아니라 업주의 여종업원에 대한 인적 지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 여종업원에게 불법적인 윤락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진 경우라면 그 수단을 달성함으로써 충분한 것이고, 선불금에 대한 변제를 예견하지 않고 있다고도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2002년 12월 유흥주점에 취업하면서 직전 업소에서의 빚과 카드빚을 갚기위해 1100만원을 선불금으로 받았다가 이를 변제하지 않은 혐의로 약식기소됐으나 조씨가 정식재판을 청구,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