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함께 술 마신 지인 차 몰래 몰다가 사고…차주도 배상책임"
[교통] "함께 술 마신 지인 차 몰래 몰다가 사고…차주도 배상책임"
  • 기사출고 2024.06.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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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운행지배 · 이익 상실 아니야"

A는 2019년 10월 23일 저녁 B의 집 앞에 자신의 자동차를 주차한 다음, B와 함께 다음날 새벽까지 인근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B의 집으로 가 잠들었다. 그런데 B가 10월 24일 오전 A가 자고 있는 틈을 타 A의 자동차의 열쇠를 A의 허락 없이 가져가 술에 취한 상태로 일방통행 도로를 진행방향과 반대로 운행하다가 후진하던 중 A의 자동차 뒤쪽에서 걸어오던 C를 들이받아 C에게 전치 약 14주의 오른쪽 발목 골절 등의 상해를 입혔다. A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이 있을까. A와 B는 사고 발생 약 2~3년 전 게임 동호회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였다.

C의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이 C에게 보험금 1억 4,600여만원을 지급한 뒤 A와 B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A의 책임도 인정해 "A, B는 연대하여 현대해상에게 1억 4,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A만 항소해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해 A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그러나 5월 30일 A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다시 판단을 뒤집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4다204221). 

대법원은 먼저 "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보유자(이하 '소유자 등'이라고 한다)는 비록 제3자가 무단으로 그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더라도 그 운행에 관하여 소유자 등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그 사고에 대하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가 정한 운행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전제하고, "소유자 등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의 상실 여부는 평소 자동차나 그 열쇠의 보관과 관리상태, 소유자 등의 의사와 관계없이 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 소유자 등과 운전자의 인적 관계, 운전자의 차량 반환의사의 유무, 무단운전 후 소유자 등의 사후승낙 가능성, 무단운전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유무 등 객관적이고 외형적인 여러 사정을 사회통념에 따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072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자동차의 소유자인 피고(A)는 사고 당시 이 사건 자동차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고에 대하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가 정한 운행자 책임을 부담한다"며 "B가 무단운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무단운전에 걸린 시간, 특히 이 사건 자동차와 그 열쇠의 보관 및 관리상태, 운전자의 차량 반환의사 유무, 무단운전 후 소유자 등의 사후승낙 가능성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사고 당시 자동차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와 B는 2~3년간 서로 알아 온 사이로, 사건 무렵 늦은 시간까지 함께 술을 마시다가 B의 집에 가서 잠을 잘 정도의 친분이 있는 지인 관계이다. B는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기 전 자동차의 열쇠를 쉽게 손에 넣어 바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B는 기분 전환을 하며 동네를 한 바퀴 돌 생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였고, 실제 B의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짧은 시간 동안 운전하였을 뿐이므로 자동차의 반환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도 단지 B가 멋을 부리기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였을 것으로 추측했다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또 "피고는 사고가 발생한 무렵에는 B로부터 자동차의 수리비 및 합의금 등을 지급받기로 하고 그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B에게 작성하여 주었을 뿐 별도로 B를 절도 혐의 등으로 고소하지 않았고, 피고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서야 B를 절도, 자동차등불법사용 혐의로 고소하였다"고 지적하고, "만약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B의 무단운행에 대하여 피고가 사후에 승낙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 자동차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여 운행자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한 원심 판단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허브가 상고심에서 현대해상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