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수정하면서 주문 안 바꾼 이유는?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수정하면서 주문 안 바꾼 이유는?
  • 기사출고 2024.06.18 16: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간 단계 평가 불과, SK그룹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 기여"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및 재산분할소송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 김옥곤 · 이동현 고법판사)가 최 회장의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6월 17일 최 회장이 취득한 대한텔레콤의 1998년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천원이라고 정정하면서도 65대 35로 결정한 두 사람의 재산분할 비율이나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현금 1조 3,808억 1,7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 등의 판결 주문은 그대로 유지했다. 판결 경정 결정으로 해결한 것.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어 6월 18일 판결 경정 결정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판결 이유에 나타난 계산 오류와 기재 등만 수정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난 5월 30일 항소심 판결에서 최 회장에게 1조 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명한 배경인데, 계산 잘못과 사후 정정에 대해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볍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이동근 변호사가 6월 17일 최 회장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의 오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당 재판부는 판결이유 중 일부 수치를 수정하면서도 판결 주문과 이유는 그대로 유지했다. (사진 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볍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이동근 변호사가 6월 17일 최 회장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의 오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당 재판부는 판결이유 중 일부 수치를 수정하면서도 판결 주문과 이유는 그대로 유지했다. (사진 제공=SK)

재판부는 먼저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주) 주식을 비롯하여 부부공동재산 중 대부분이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 중 형성하거나 취득한 재산이라고 보고, SK 주식의 가치 증가에는 SK그룹의 선대회장인 원고의 부친과 현 회장인 원고의 경영활동을 통한 기여가 크게 작용하였다고 판단했다.

쟁점 중 하나는 최 회장이 1994년 11월 주당 400원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2억 8,000만원에 인수한 후 대한텔레콤이 SK컴퓨터통신을 합병해 SK C&C로 사명을 변경하고, 2015년 SK(주)와 합병해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SK가 된 이후 항소심 변론종결시점(2024. 4. 16.) 기준 1주당 160,000원까지 오른 SK주식의 가치 상승과 관련, 원고의 부친과 최 회장의 기여를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가의 문제. 최 회장의 기여가 클수록 최 회장을 내조한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도도 높아져 그만큼 노 관장의 재산분할비율이 늘어난다.

재판부는 액면분할 등을 고려하여 대한텔레콤 주식의 1994년 당시 가치를 8원으로 정리한 다음 원고 부친인 선대회장의 사망 당시인 1998년에 1,000원(최 회장의 문제 제기 후 판결 경정에 따라 수정한 금액)으로 가치가 상승한 경우, 선대회장의 재임기간인 4년 동안 약 125배의 가치 상승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1998년 1,000원의 가치였던 대한텔레콤 주식이 재산분할 기준시점인 항소심 변론종결시점 기준 1주당 160,000원인 SK 주식으로 변모하였다고 보는 경우, 현 회장인 원고의 재임기간인 26년 동안 약 160배의 가치 상승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식과 SK 주식의 중간 형태인 SK C&C 주식의 상장 당시인 2009. 11.경 가치가 35,650원 정도인데, 이는 중간 단계의 가치일 뿐이고, 항소심 변론종결시점인 2024. 4. 16.의 가격(160,000원)이 아니므로, 위 35,650원(혹은 1998년 대비 약 35.6배의 가치상승)은 최종적인 비교 대상 내지 기준가격이 아니라고 했다. 만일 선대회장의 경영활동에 따른 주식 가치의 상승과 현 회장의 경영활동에 따른 주식 가치의 상승을 비교하는 경우, 125배 대 160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하고, 125배 대 35.6배를 비교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 이유는 현 회장인 원고가 2009년에 경영활동을 그만둔 것이 아니고, 2024. 4. 16.까지 계속 경영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SK 주식의 가치 증가에 관한 원고 부친의 경영활동을 통한 기여(125배)와 원고의 경영활동을 통한 기여(160배)에 관하여 수치적인 비교를 하는 경우, 160이 125보다 크기 때문에, (원고 부친의 경우에 비하여) 원고의 경영활동에 의한 기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는 것. 1998년에 대한텔레콤의 주식가치를 1,000원으로 수정하였지만 재산분할비율, 나아가 판결 주문을 그대로 유지한 이유에 대한 설명 중 하나다.

재판부는 설명자료에서 피고 부친을 비롯한 피고 측이 2024. 4. 16.까지 원고뿐만 아니라 원고 부친의 경영활동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는 항소심의 판단내용을 다시 한 번 소개하며, 원, 피고의 재산분할 비율을 결정할 때 이러한 사정도 고려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부친이 1998년 사망하기 전에 경영활동을 하면서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행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고 부친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고,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할 당시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직후로서 정치적 영향력이 남아 있던 피고 부친과 사돈관계에 있으므로, 적어도 불이익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원고 부친의 주관적 인식과 '실제로 원고 부친의 인식대로 별다른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상황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원고 부친은 피고 부친과의 사돈관계를 SK그룹을 경영하는 데 있어 일종의 보호막 내지 방패막으로 인식한 다음, 그 당시 객관적인 측면에서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것임이 분명한 경영활동을 감행하였고,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경영활동 및 성과를 이루어냈으며, 피고 부친은 이러한 상황을 용인하였던 것으로 판단되고, 이러한 측면에서 피고 측이 SK그룹의 성장에 무형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피고 부친이 원고 부친 및 원고의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를 한 것'이 인정되고, 이러한 피고 부친의 기여는 '재산분할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의 분할비율 등의 산정 과정에서 피고 측의 기여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는 원고 부친의 기여를 원고 명의의 재산형성에 관하여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재판부는 "피고 부친을 비롯한 피고 측은 1994년 원고의 대한텔레콤 주식 취득시점부터 2024. 4. 16.까지 SK 주식의 가치 증가에 계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항소심의 판단"이라며 "원고 부친이 대한텔레콤 주식의 1994년 당시 가치 8원을 Ⓐ1998년 100원(판결경정으로 잘못된 계산결과를 바로잡기 전의 수치)으로 가치를 상승시켰다는 기재내용을 Ⓑ1998년 1,000원(판결경정에 따라 수정된 금액)으로 가치를 상승시켰다는 취지로 수정하는 것은 원고 명의 재산형성에 함께 기여한 원고 부친 및 원고로 이어지는 계속적인 경영활동에 관하여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하여 발생한 계산 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으로서, 최종적인 재산분할 기준시점인 2024. 4. 16. 기준 SK 주식의 가격인 160,000원이나 원, 피고의 구체적인 재산분할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판결 경정=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 사실인정 등에 관하여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가 있음이 나중에 확인되는 경우, '판결 경정'의 방법으로 판결의 기재내용을 사후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므1413, 1420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재판부는 '판결이유'에 나타난 잘못된 계산 오류와 기재 등에 대해서만 사후적으로 수정했으나, 판례에 의하면, 단순한 계산 오류 등으로 인하여 판결에 잘못된 내용이 기재된 경우, '이유'뿐만 아니라 '주문'까지도 판결 경정의 방법으로 수정할 수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