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두산 조형물에 녹색 수성스프레이 뿌린 환경활동가…재물손괴 무죄
[형사] 두산 조형물에 녹색 수성스프레이 뿌린 환경활동가…재물손괴 무죄
  • 기사출고 2024.06.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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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재물손괴죄 쉽게 인정하면 표현의 자유 위험"

환경활동가 2명이 두산에너빌리티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2021년 2월 18일 11:50쯤부터 12:10쯤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사옥 앞에서 회사명 조형물에 녹색 수성스프레이 4개를 뿌린 후 이 조형물 위에 올라가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가 재물손괴와 미신고 옥외 집회를 개최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조형물의 금속재질 문자 부분에 물로 세척이 용이한 녹색의 수성스프레이를 분사한 직후 미리 준비한 물과 스펀지로 조형물을 세척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과 200만원을 선고하자 피고인들이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그러나 5월 30일 재물손괴 혐의는 무죄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3도5885).

대법원은 먼저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도10474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구조물 등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구조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것인지는, 해당 구조물 등의 용도와 기능, 낙서 행위가 구조물 등의 본래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미치는 영향, 구조물 등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구조물 등의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과 저항감, 원상회 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낙서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3. 27. 선고 2017도20455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조형물의 주된 용도와 기능은 물론 그 미관상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를 두고 조형물을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기업의 광고라는 본래의 사용 목적이나 기능에 제공할 수 없거나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들어 그 효용을 해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인들이 조형물에 수성스프레이를 분사한 행위로 조형물의 효용을 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피고인들은 기후위기를 알리는 표현의 수단으로 조형물에 수성 스프레이를 분사한 직후 바로 세척하는 행위를 하였다"며 "여기에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쉽게 인정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게 될 위험이 있으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재물손괴죄를 쉽게 인정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스프레이 잔존물 등으로 인한 미관상 이유로 조형물을 교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인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조형물 교체비용 상당 금원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23. 5. 3. 조형물의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그 비용이 과다한 경우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청구를 기각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법무법인 해우와 법무법인 원이 상고심에서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