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5월 16일 미국 국적 AI 개발자 스티븐 엘 테일러씨가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을 무효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한국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3누52088)에서 테일러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테일러는 자신이 개발한 AI인 다부스(DABUS)를 발명자로 표시한 특허출원서를 특허청에 제출, 특허청이 발명자를 AI가 아닌 사람으로 보정하도록 요구했으나 테일러가 이에 응하지 않자 특허출원 무효 처분을 내렸다. 이에 테일러가 반발해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현행 우리 특허법령상 발명자는 '자연인'만이 해당된다고 보일 뿐이고, 따라서 출원서의 발명자로 '인공지능'만을 표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인공지능이 발명자로 표시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인공지능이나 인공지능의 개발자가 더 적극적으로 발명을 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는 부족한 반면,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할 경우 향후 인간 지성의 위축을 초래하여 미래 인간의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 연구 집약적인 산업 자체가 붕괴될 우려, 발명이나 그 결과물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인공지능의 개발자인 인간이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 등이 엄존하고, 소수 거대 기업 등이 강력한 인공지능을 독점함으로써 특허법이 소수의 권익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는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술 및 산업발전의 도모에 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테일러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표시할 수 없을 경우,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한 발명에 관하여 어느 누구도 적법하게 특허를 출원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특허법의 목적이나 취지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그러나 "현 단계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어떠한 개입 없이도 독자적으로 발명할 정도의 기술적 수준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현행 법령상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발명에 기여한 인간을 발명자로 표시하여 특허를 출원하는 것까지 금지된다고 보이지도 않고, 이를 영업비밀 등으로 보호하는 다른 수단도 존재하므로, 원고의 주장과 같은 문제는 현실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물론 미래에 강한 인공지능이 출현할 경우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문제가 현실화할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는 기술적 · 정책적 판단을 거쳐 향후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할 과제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도 "특허법 제33조 및 제42조의 해석에 비추어 특허법상 발명자가 자연인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함은 제1심 판결에서 본 바와 같다. 인공지능의 출현 및 발전 정도,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의 인식 등에 비추어 현재의 특허법 규정만으로 인공지능을 발명자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당한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난다"며 "향후 인공지능의 발명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존재한다면 이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을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고는 인공지능이 권리능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특허법상 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하면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권리 및 의무는 인공지능의 소유자 또는 관리운영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특허법 제33조 제1항에서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발명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원고의 주장은 그 자체로 특허법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관련 권리와 의무는 인공지능의 소유자 등에게 귀속시키는 것 또한 아무런 근거가 없고 현행 특허법의 체계와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덴톤스리가 1심에 이어 테일러를, 특허청장은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