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법무부, 업무추진비 카드 쓴 가맹점 상호, 업종도 공개하라"
[행정] "법무부, 업무추진비 카드 쓴 가맹점 상호, 업종도 공개하라"
  • 기사출고 2024.05.2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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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수사 등 직무수행 장애 개연성 없어"

법무부가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카드의 청구내역뿐만 아니라 출납공무원, 가맹점 상호 등 세부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는 2022년 10월 법무부에 '법무부 전 부서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사용한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사용에 대해, 카드사로부터 통보받은 카드사용내역 또는 청구서'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법무부의 위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고, 법무부에 공개청구한 정보의 공개여부를 다시 결정하라'고 재결했다.

이에 하 대표가 법무부에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법무부가 2023년 7월 청구내역의 출납공무원, 카드번호, 승인번호, 가맹점 상호, 업종구분란에 각 기재된 내용을 가리고 정부구매카드 청구내역을 공개하자 하 대표가 출납공무원, 가맹점 상호, 업종 정보(이 사건 각 정보)를 공개하라며 소송(2023구합76969)을 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는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4월 30일 "이 사건 각 정보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 내지 7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무추진비는 사업추진에 소요되는 식음료비, 연회비 및 기타 제경비(사업추진비)와 각 관서의 대민 · 대유관기관 업무협의, 당정협의, 언론인 · 직원 간담회 등 관서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 및 공식적인 업무추진에 소요되는 경비(관서업무추진비)를 포함하는 의미"라며 "즉, 업무추진비는 특수활동비와 달리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민 · 대유관기관 업무협의, 당정협의, 언론인 · 직원 간담회 등에서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내용이 공유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정보의 공개로는 공식행사와 관련하여 지출한 내역의 출납공무원, 사용처 등만을 알 수 있을 뿐이고 공식행사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범죄 관련 정보,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수사 등에 관한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법무부 소속의 모든 공무원이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없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해당 업무의 전부가 기밀유지가 필요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 각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 사건 각 정보가 공개될 경우 기자들, 유튜버 등이 취재의 대상이 되는 대상자를 쫓아다니거나 해당 장소에서 대기하면서 비공개 대화를 엿듣고 이를 보도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는 이 사건 각 정보의 공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엿듣기 보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고, 또한 가맹점은 일반 사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한 장소에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한다면 일반 대중에게 노출될 위험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그러한 장소에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 그러한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 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를 비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출납공무원 정보는 업무추진비를 지출한 출납공무원에 관한 정보로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단서 (라)목에 해당하는바 비공개 대상 정보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또한 가맹점 정보와 업종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의 주장과 같이 가맹점 정보, 업종 정보 등을 활용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가맹점 점주의 개인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이 이용한 가맹점의 점주라는 정보가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이 사건 각 정보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의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의 주장과 같이 법무부 소속 일부 공무원이 지출한 업무추진비가 수사 등에 관한 업무로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존재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로서는 그러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해당 부분만을 분리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함을 주장 · 증명하였어야 함에도, 피고는 이를 구체적으로 분리하지 않은 채 막연히 개괄적인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각 정보 전부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을 전부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