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 교육목표와 실현요건
로스쿨의 교육목표와 실현요건
  • 기사출고 2008.05.1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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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교수]
로스쿨 도입 목표의 하나는 세계화된 오늘날의 법률시장에서 경쟁력있는 법률가를 양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세계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우리의 경제를 법률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자는 것이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IMF사태 당시 IMF를 상대로 구제금융을 신청 할 때 우리 정부가 미국 월스트리트의 법률가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활용하였고, 그 후 그 변호사에게 훈장을 주어야 하느니 하는 이야기가 오갔던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법률가 양성 · 활동체제는 그러한 국제기구 · 국제거래 전문법률가를 양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체제였음을 보여 주었다.

우선 법률가 양성교육체제가 뒷받침이 되지 못하였다.

현 사법시험을 위해서는 전공은 둘째고 대학교육 자체를 요구치 아니하였으며, 대학을 다닌다고 하더라도 사법시험 과목 위주의 암기교육에 치중하였고 법학과냐 타과냐에 관계없이 자기 정공과목 공부를 소홀히 하였다. 그리하여 법과대학의 법학교육 자체의 목표달성에도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고시 준비장소로 전락한 대학

전국적으로 법대생의 극소수만이 사시에 합격하였던 만큼 법학교육은 무엇을 위한 법학교육이냐 교양법학이 아니냐 하는 논쟁이 있었다. 법학 이외의 전공과목의 경우에도 광범위하게 그리고 전공에 따라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전공과목을 소홀히 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온 대학을 고시 준비장소로 전락시켰던 것이다.



로스쿨로의 변혁은 사법개혁의 일환이기 이전에 대학 학부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고, 대학 자체의 경쟁력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이다. 사실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고,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바로 사법시험 준비로 보내는 대학생활이라면 그것이 어떻게 국제경쟁력 있는 창의적인 대학교육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로스쿨로의 변혁은 적어도 대학 학부는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에게 법률교육을 시켜 법률가를 만들자는 생각이 그 기초로 되어 있다.

사실 로스쿨교육은 전문적(professional)인 법률가 교육을 시키기에 적합하리만큼 지(知)적으로나 정서적 · 도덕적으로 성숙한 사람에게 전문적 법률가교육을 시킨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대학 학부 교육을 제대로 마친 사람이라야 전문적 법률가교육을 시키기에 적합하리만큼 성숙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다. 나아가 로스쿨로의 변혁은 경제의 세계화와 함께 국제거래업무가 고도로 복잡(complex)하고 기술적으로 전문화(specialization)함에 따라 우리나라 사회의 국제거래업무를 뒷받침할 법률가를 양성해 내는데 로스쿨제도가 단연 유리하다는 미국 등의 경험으로부터도 비롯되었다.

로스쿨 체제가 전문 법률가 양성 유리

종래의 법률가 양성제도는 법률문제를 두루 살피는 일반(generalist) 법률가의 양성에는 혹시 적합할지 몰라도 세계적 · 전문적으로 앞선 각 분야 법률전문가(specialist lawyer)를 양성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문제점이 그동안 노출되어 왔다. 사실 경제학이나 자연과학 · 공학 학부를 제대로 나온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로스쿨교육을 시키는 로스쿨교육 체제가 예컨대 경제법전문가, 특허변호사, 환경법전문가 등을 양성하는데 더 유리하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경제학, 자연과학, 공학 등에서 이미 박사학위(Ph.D.)를 취득한 후 로스쿨 교육도 받은 법학교수 · 법률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은 영어로 professional이란 뜻이고, 어느 법률전문가의 '전문'이란 specialist, expert의 뜻이다. 의과(전문)대학(원)의 경우 전문직(professional)인 의사양성 교육이라는 뜻이고, 외과 · 산부인과 전문의(specialist)의 경우는 인턴 · 레지던트 등의 과정을 더 거쳐서 양성되는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은 전문직인 법률가를 양성하는 대학원이라는 뜻이고, 법률전문가는 제도화는 안 되어 있지만, 전문법 분야(세법 · 국제거래법 · 기업합병법 · 환경법 · 특허법 등)에 예컨대 10년쯤 종사해야 도달하는 경지의 법률가이다.

요컨대 법학전문대학원이란 법률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는 뜻이다. 제대로 된 법률가를 양성하려는 것이 로스쿨의 목표이다. 종래와 같은 교양법학이나 사시에만 합격하면 충분하지 그 이외에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그러한 교육이 아니고, 지적 · 정신적 · 도덕적으로 제대로 된, 그리하여 판사나 검사, 변호사나 그 어떠한 전문법 분야에서도 능력있는 법률전문가가 되기에 적합한, 법률가를 양성해 내는데 초점을 맞춘 집중(intensive)된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은 의과대학 교육이 강도높은 교육인 것에 비견된다.

로스쿨 논의의 초점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이러한 로스쿨교육의 목표 달성에 적합할가 하는 교과과정 · 교육방법 · 교수의 자질 등의 문제 등에 맞추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인가나 학생정원의 문제 등에 치우쳐 있다. 로스쿨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냐, 실패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냐의 질문을 제기할 수 있게 한다.

'일본 로스쿨 실패' 단정 부적절

법조계 인사들 중에는 일본의 로스쿨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어떠한 사회제도이든 1, 2년의 시행으로 실패여부를 따지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실패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도 꼭 같이 실패하자는 것이냐 하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실패라고 지적되고 있는 중요 이유의 하나가 사시합격 쿼터를 낮게 유지하는데서 나오는 것인데 우리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낮게 유지한다면, 2000명의 학생정원 하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로스쿨 졸업생 중 적은 수만이 합격할 수 있게 변호사시험 합격율을 낮게 유지한다면,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준비에만 몰두하게 되고 따라서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 · 교육방법을 가졌더라도 로스쿨교육의 이상이나 목표는 달성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문제의 관건의 하나는 로스쿨의 정원과 함께 변호사시험 합격 정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 명예교수(한동대 석좌교수, choid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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