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인기 방어수단 'Poison Pill'
적대적 M&A 인기 방어수단 'Poison Pill'
  • 기사출고 2008.05.06 1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S&P 500대 기업 55%서 도입회사 지배권 유지할 시간 벌고, 주주 가치 극대화
2008년 2월 25일 많은 기대 속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친기업정책을 발표했고, 각 정부 부처들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대책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법무부도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한 장치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내용 중엔 대표적인 M&A 방어 수단으로 꼽히고 있는 포이즌 필(Poison Pill)에 대한 언급도 있어 그 어느 때 보다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Poison Pill은 흔히 적대적 M&A 상황에서 현재의 경영진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대응 수단을 총칭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는 미국 기업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Shareholder Rights Plan을 의미한다.

Martin Lipton 변호사 처음 사용

이 Shareholder Rights Plan은 기업자문 업무에 있어 명망 있는 로펌으로 손꼽히고 있는 'Wachtell, Lipton, Rosen & Katz'의 창립자 중의 한 명인 Martin Lipton 변호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가 1980년대 초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되고 있는 AT&T의 106억 달러 규모의 IPO때 처음 개발해 사용한 이후 가장 대표적인 적대적 M&A의 방어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어 Lenox사도 1983년 Martin Lipton 변호사의 자문을 얻어 Poison Pill을 발행했다. 이로써 이사회는 기업인수에 대항해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1983년 기사를 쓰면서 신문기자가 이것을 무엇이라고 부를지 투자은행의 담당자에게 질문했다. 담당자가 'Poison Pill'이라고 답변하면서 이후 M&A의 전문용어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Poison Pill은 크게 Flip in Pill과 Flip over Pill로 나뉜다.

Flip in Pill은 특정인이 당해 기업의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하게 되었을 경우, 이사회 결의만으로 시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당해 기업의 신주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기존의 주주들에게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A기업이 B기업의 의사에 반하여 적대적 M&A를 시도, B기업의 주식을 소정의 임계치를 넘어 취득하였을 경우, A기업을 제외한 B기업의 모든 주주들에게 B기업의 주식을 헐값에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A기업의 지분율을 낮춰 B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떨어트리는 것이 바로 Flip in Pill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가장 회사측에 유리한 회사법을 갖고 있다는 델라웨어 주의 회사들은 대개 임계치를 발행주식 총수의 15%로 규정해 놓고 있다.

'주주평등 원칙' 위반 아니야

Flip in Pill의 경우 A기업처럼 이 Plan에서 배제되는 특정인을 다른 주주들과 차별적으로 취급함으로써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법에 있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는 Delaware Chancery Court는 1985년 Unocal v. Mesa Petroleum 사건에서 적대적 M&A 상황에서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Flip in Pill을 사용하는 것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 일정한 조건이라 함은, 이사들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등을 다하였고, 이를 통해 적대적 M&A 시도가 '부적절하고 강압적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하게 되었을 경우를 의미한다.

이 사건에서 Mesa Petroleum은 Unocal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Mesa Petroleum의 제안에 응하지 않는 Unocal 주주들에 대해서는 Mesa Petroleum이 Unocal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한 이후 Junk Bond로 이들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Unocal의 주주들로서는 자신들의 주식을 제 값에 매도하기 위해서는 Mesa Petroleum의 제안에 응할 수밖에 없는 강압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Flip over Pill은 일정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적대적 M&A의 목표가 된 기업의 주주들이 적대적 M&A를 하려는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B기업의 주주들이 A기업의 주식을 헐값에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Shareholder Rights Plan에는 일반적으로 회사가 명목상의 가격만을 지불하고 이러한 권리를 사들일 수 있는 'Redemption Provision'이 규정되어 있다. 적대적 M&A 상황에서 현 경영진에 친화적인 백기사(White Knight)가 나타났을 경우, 회사가 '풀었던 독약'을 스스로 제거함으로써 백기사가 대상 기업을 손쉽게 취득하여 적대적 M&A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델라웨어주 법원은 1985년 Moran v. Household International 사건에서 이사회의 사전방어수단으로 Flip over Pill의 '합리적인 기업목적'을 인정했다. 여기서 방어수단이란 적대적 인수자가 특정 지분율을 인수한 후 합병에 의해 Household International사의 소수주주들을 축출하려는 경우 잔여주주들에게 인수자 회사측의 보통주 $200 상당을 $100에 인수시킨다는 내용이었으며, 법원은 Household International사의 Poison Pill은 적대적 인수자의 강압적인 인수 위협에 대한 합리적인 방어 체계라며 적법성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젠센교수는 델라웨어 주 법원의 판결은 경영판단의 원칙을 너무 지나치게 확대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이 판례는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S&P 500대 기업 중에서 55%가 Poison Pill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Goodyear, Walt Disney사 등이 기업사냥꾼들의 부당한 희생양이 되자 Poison Pill을 비롯한 Gold Parachute(황금낙하산) 등의 다양한 경영권 방어장치가 도입되었고, 건전한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주주행동주의가 약탈형에서 기업가치 제고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

적대적 M&A 미국도 많지 않아

그러나 적대적 M&A에 대한 규제가 가장 일찍 마련된 미국에서도 적대적 M&A가 그리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연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Microsoft와 Yahoo간의 인수 공방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적대적 M&A가 그 특성상 세간의 이목을 쉽게 끄는 것일 뿐, M&A 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미국에서조차도 적대적 M&A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적대적 M&A의 시도가 있을 때 1980년대 미국에 있었던 여러 판례들을 토대로 적대적 M&A와 방어수단, 예를 들면 Poison Pill의 적절성을 타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업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의 Poison Pill제도 시행 이후 일본, 몇몇 유럽국가에서 같거나 유사한 제도를 준비했다.

정상적으로 기업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부당한 경영권 공격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기업들에게 제공해 주기 위한 조치들이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김 · 장 · 리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kimchanglee.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