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재판이 중요한 이유
삼성재판이 중요한 이유
  • 기사출고 2008.05.0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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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불구속기소, 이학수 부회장 불구속기소, 김인주 사장 불구속기소…'

'이건희 회장 퇴진, 이학수 부회장 퇴진, 김인주 사장 퇴진…'

◇김진원 기자
삼성특검이 이건희 회장 등 삼성의 전 · 현직 임원 10명에 대한 불구속기소라는 수사결과를 내놓고, 120여일에 걸친 활동을 마감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퇴진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고, 특검 수사결과를 둘러싼 여론은 들끓고 있다.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특검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재벌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의 경영쇄신안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의 쇄신안이라는 의견과 함께 '알맹이가 없다'는 혹평이 교차하고 있다.

여러 사람의 말을 종합해 보면, 특검 수사에 대한 삼성의 1차방어선은 이건희 회장의 소환저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한차례 기소된 적이 있는 이 회장으로선 특검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는다는 자체가 피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삼성특검에 두 차례 불려나와 조사를 받아야 했고, 불구속기소되기에 이르렀다. 1차방어선은 물론 2차방어선도 무너졌다.

이제 그는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의 입장에 있다.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두할 때마다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불구속기소라고 해서 무죄판결이나 인신의 자유가 보장되는 집행유예로 재판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유죄가 선고될 경우 실형이 나올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실형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될 수도 있다. 실제로 형사법정에선 실형선고때 법정구속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회장과 삼성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무죄판결이 힘들다면, 이 회장의 실형선고와 법정구속만은 막아야 한다는 최후의 방어선을 설정해 놓고 재판에 임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해 보인다. 특검이 이 회장을 기소하면서 의율한 적용법조만 보아도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어 작량감경을 하지 않을 경우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때에만 가능하다.

법원 주변에선 삼성이 집행유예를 목표로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속전속결 전략을 펼 것이라는 등 벌써부터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다. 자백은 죄를 뉘우친다는 뜻으로, 작량감경의 요건인 정상참작의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일수록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 특검은 특검대로, 삼성은 삼성대로 공개된 법정에서 각자의 주장을 명확히 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또 유죄로 판명된다면 정치(精緻)한 양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검찰의 특별감찰 · 수사본부를 거쳐 특검수사를 실시한 국민적 요구에 합당한 처사 아니겠는가. 관련 피고인에 대한 단죄 여부를 떠나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한 명확한 사법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특검의 지적처럼 법적 · 제도적 장치와의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재벌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현실에 대해서도 일반예방적 교훈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삼성재판에 특검수사 이상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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