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비자들이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졌다. 대법원도 이에 앞서 지난 3월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강재철 부장판사)는 7월 19일 김 모씨 등 68명이 "누진제에 따라 납부한 요금 중 9천여원∼266만여원을 돌려달라"며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나41166)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 1심과 같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누진요금은 관련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요금방식으로서 전기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고, 이를 통해 전력수급이 안정되면 주택용 전기사용자들도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 필요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이익을 얻게 되는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주택용 전기요금 약관 중 누진제 부분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하지 못함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약관이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전기요금산정기준, 전력량계허용오차 및 전력계통운영업무에 관한 고시」 제9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전기는 한정된 자원과 설비를 이용하여 생산하므로, 전력의 소비를 억제하지 않는 경우 생산된 전력이 일시에 고갈되어 이로 인한 사고의 발생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어 전력의 소비를 억제할 정책적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없으며, 주택용 전력이 전체 전력 소비량 중 차지하는 비율이 비교적 작고, 주택용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가 다른 용도의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이러한 정책적 필요가 소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주택용 전력의 누진 요금제를 도입할 사회정책적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을 합하여 산정되고, 그중 전력량요금은 주택용 전기와 산업용 전기 모두 동일하게 전기사용량(kWh)에 비례하여 부과되지만, 기본요금은 주택용 전기의 경우에는 누진구간별로 정액의 기본요금이 부과되는 반면 산업용 전기의 경우에는 설비용량(kW)에 비례하여 부과되는 것으로서 최대수요전력(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였을 때의 전력량) 또는 계약전력(전기공급계약상 사용할 수 있는 최대전력)에 의하여 산정된다.
재판부는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을 합한 총 판매수입을 기준으로 하여 산출되는 판매단가에서는 2012년도 주택용 전기의 누진 2구간의 판매단가가 80.15원/kWh으로서 2012년도 산업용 전기의 판매단가 92.83원/kWh보다 오히려 낮고, 2012년도 주택용 전기의 누진 3구간의 판매단가도 103.43원/kWh으로서 2012년도 산업용 전기의 판매단가 92.83원/kWh보다 약간 높을 뿐임을 알 수 있다"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용도별 전기요금 중 전력량요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주택용 전기소비자가 산업용 전기소비자에 비하여 더 많은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불이익을 입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인강이 원고들을, 한전은 정부법무공단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