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로써 전념한 게 常勝의 비밀"
"죽기로써 전념한 게 常勝의 비밀"
  • 기사출고 2008.03.1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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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순신 일대기' 펴내30년 연구의 결정판…"23전 23승 리더십에 주목"
"거북선의 노가 몇 개이고, 몇 척의 배로 왜선을 궤멸시켰는가는 관심 없어요. 그것을 가능케 했던 인간 이순신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김종대 재판관
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최근 충무공 이순신에 관한 책을 펴냈다. '여해 이순신 / 너라야 세상을 화평케 하리라'(예담)가 그것으로, 30여 년간 수집한 자료에 근거해 가감없이 이순신의 실체를 조명하고 있는 게 이 책의 특징이라고 출판사측은 밝히고 있다.

특히 이순신을 평생의 스승으로 섬기며 살아왔다는 김 재판관은 열두 척의 배로 수백 척의 적을 물리치며 23전 23승의 위업을 달성한 이순신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 재판관이 이순신의 삶을 추적하며 끊임없이 물은 것은 '상승(常勝)의 비밀'. "전투의 찌꺼기에 가까운 12척의 군선으로 어떻게 왜군을 격파했는지 아둔한 머리로는 알 수 없었다"고 말하는 그는 '여해 이순신'에서 그 비밀을 털어 놓았다.

그에 따르면, 이순신은 ▲'구국'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자기의 힘으로 ▲바른길만을 통해 ▲지극한 정성을 들여 ▲부하와 백성, 나라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본분에 임해 항상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3월 12일 기자들과 만난 김 재판관은 "이순신은 일이 있기 전에는 철저히 준비하고, 일을 당해서는 죽기로써 전념했으며, 일이 끝나면 결과에 담담했다"며, "이것이 이순신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30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며 '조정의 달인'으로 불리고 있는 김 재판관이 가장 중시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여해 이순신'의 표지
김 재판관이 이순신을 만난 때는 그가 공군법무관으로 근무할 때인 1975년. 부하들에 대한 정훈교육을 위해 무심코 잡았던 노산 이은상 선생의 '충무공의 생애와 사상'이 그를 이순신에 대한 연구의 길로 이끌었다. 2002년 부산지법 동부지원장으로 있을 때 '이순신 평전'을 처음 썼다. 군대 가는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2004년에는 '내게는 아직도 배가 열두 척이 있습니다'를 펴냈다.

이번에 나온 '여해 이순신'은 이순신에 대한 김 재판관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여해(汝諧)는 이순신의 어머니가 지어준 그의 자(字)로, 서경에 따르면, 순임금이 여러 신하 가운데 우임금을 지적하며 "오직 너(汝)라야 세상이 화평케(諧) 되리라"라고 한 데서 여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마치 이순신이 순임금의 신하인 우임금처럼 나라를 구해 화평케 할 운명임을 암시해놓은 듯하다.

출판사 관계자는 "역사학자는 너무 깊이 파고들어 글이 어렵고, 소설가는 흥미에 중점을 둔 나머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있으나, 여해 이순신은 철저히 역사적 기록과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며, "이순신은 어떤 사람이었으며, 그가 오늘날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법관의 눈으로 누구나 알기 쉽게 써 내려간 게 이 책의 특징"이라고 다시한번 설명했다.

삼한지의 작가 김정산 선생도 "함부로 비틀거나 임의로 뒤집어서 만든 이순신이 아니다. 역사에 남은 기록만을 가지고 정교하고 섬세하게 복원한 이순신의 실체가 바로 이 책 속에 있다"고 '여해 이순신'을 평가했다.

3월 12일 기자들과 만난 김 재판관은 '이순신처럼 살아왔는가?' 라는 물음에 "족탈불급(足脫不及)"이라며 몸을 낮추었다. 맨발로 뛰어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1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979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해 부산 ㆍ 경남에서 대부분의 판사 생활을 보냈다. 탁월한 조정 능력을 발휘해 2000년 삼성자동차 매각 당시 삼성물산과 채권단의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해 삼성자동차의 파산을 막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도롱뇽 소송'으로 알려진 천성산 고속철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의 항고심 재판장도 맡았다. 창원지법원장으로 있을 때인 2006년 9월15일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김 재판관은 책의 수익금 전부를 청목문화재단의 충무공 사상 선양기금으로 쾌척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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