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변호사의 이동
파트너 변호사의 이동
  • 기사출고 2008.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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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영입 사실 모를 만큼 통합 이뤄내야"일부 로펌 전담자 두고, 통합 프로그램 가동
고객을 위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최고의 목적으로 하는 로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무엇보다도 로펌을 구성하고 있는 변호사들일 것이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특히 미국처럼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선 얼마나 뛰어난 인재를 발굴해 훈련시키고 활용할 수 있느냐가 로펌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해마다 미국의 많은 로펌에서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변호사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헤드헌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로펌의 인사 담당 변호사들과 함께 변호사를 위한 거대한 리크루팅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곳도 미국이다. 미국 법률 시장에서 로펌들이 리쿠르팅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통하여 실력을 검증받은 파트너 변호사들의 Lateral Hiring이 중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Lateral Hiring이란 기존의 로펌에서 일하고 있던 파트너 변호사들이 다른 로펌에 합류해 수평이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채용 후 오리엔테이션과 트레이닝을 거치게 되는 신입변호사와 달리 기존의 고유한 업무와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파트너 변호사의 이동은 옮기는 변호사 당사자는 물론 로펌에도 보다 신중한 접근과 구체적인 전략을 요구한다.

Lateral Hiring 변호사들 이직율 높아

한 보고서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9월까지 1년간 여러 파트너 변호사를 채용한 27개 로펌의 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 기간 중 채용된 867명의 파트너 중 16%에 해당하는 142명이 1년 4개월이 지난 2006년 2월 이미 또 다른 로펌으로 이동하였음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이 된 로펌들은 그 기간 중 최소 18명 이상의 파트너 변호사를 영입한 로펌들이다. Lateral Hiring을 통해 채용된 파트너 변호사들의 높은 재이직률은 로펌의 경영진이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대형 로펌들은 수평이동해 들어온 파트너 변호사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자사 조직으로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통합을 이루는 일에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대형 로펌들엔 Lateral Hiring을 전담하는 매니징 파트너들이 있다. 이들이 나서 리크루팅을 위한 최초 접촉 시점부터 새롭게 합류하는 파트너들을 상대로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다양한 통합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Lateral Hiring을 담당하는 로펌의 실무자들의 조언에 따르면, 새로 영입한 파트너 변호사들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리크루팅 단계에서 해당 변호사가 하고 있는 업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파트너 변호사가 새로운 로펌에 성공적으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평이동하는 파트너의 기존 업무와 고객들이 새로운 로펌에 신속하게 통합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영입되는 파트너의 업무를 로펌 차원에서 마케팅하고, 로펌의 기존 변호사들과 하루속히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새로 합류하는 파트너가 합류하는 로펌의 규모와 여러 지역에 퍼져있는 이 로펌 사무실들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기존의 업무 영역과 클라이언트 기반을 확장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 역시 중요한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터뷰 단계에서부터 신입 파트너의 업무를 어떻게 로펌의 활동 영역으로 편입시킬 것인가에 대해 단계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로 영입된 파트너들이 로펌 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일들을 접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기존 파트너들과의 다양한 접촉을 유도해 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채용 메모가 곧 사업계획서

미국 로펌들은 파트너 변호사의 채용을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인식하고, 이 부분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Orrick, Herrington & Sutcliffe에서는 파트너 변호사의 채용 결정 직전 기존 변호사들과의 긴밀하면서도 구체적인 접촉을 통해 고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본다고 한다. 이어 결정단계에 이르렀을 때 해당 변호사의 개인경력, 고객 목록 및 관계, 빌링 레코드, 보수, 빌링이 안되는 사건에 소요되는 시간, 본인의 희망 월급 및 인센티브 제도, 앞으로 2~3년 내의 매출 예상 등의 주제를 담은 메모를 준비해 서로 검토에 들어간다. 채용이 결정되면 이 메모가 바로 사업계획서가 된다.

또 다른 로펌인 Bingham McCutchen에서는 Lateral Recruiting을 담당하는 이사직을 신설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 영입되는 파트너들의 심사는 면접이라고 하기 보다는 어떻게 서로 win-win할 수 있느냐는 영업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물론 로펌에서는 성공적인 리크루팅 이후에도 수평이동한 파트너가 합류와 동시에 아무런 불편 없이 곧장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제반 필요한 사항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로펌의 IT 담당자는 기술적인 면과 관련해 새롭게 들어오는 파트너가 가지고 있는 업무 습관을 파악해 이 파트너가 로펌의 시스템 및 절차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IT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파트너의 이동에 따른 과도기를 단축시키고, 업무 연결을 매끄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구입하거나 준비해야 할 시스템이나 물품이 있을 수도 있다.

옮긴 첫 달에 200시간 빌링

Hunton & Williams의 매니징 파트너인 마르티네즈 변호사는 1999년 이 로펌의 마이애미 지점이 개설될 때 합류했다. 첫날 출근해 보니 모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바로 업무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함께 일할 수 있는 관련 분야의 변호사 4명도 이미 선출돼 있었고, 부족한 인원은 휴스턴 지점에서의 추가 파견을 통해 업무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런 준비 덕에 마르티네즈 변호사는 첫 달에 200시간을 빌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르티네즈 변호사가 매니징 파트너가 되면서 이 로펌은 'Lateral Integration Program'을 준비했다.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05년에 채용한 28명의 파트너 변호사 중 아직 25명이 남아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Hunton & Williams나 Jones Day, Dewey & Lebouef와 같은 로펌들은 조직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으로 파트너 변호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로펌들이다. 반면 채용한 파트너 변호사 중 상당수를 잃고 있는 다른 로펌들도 있다.

Lateral Hiring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은 새로운 파트너의 영입 이후에도 향후 얼마간 통합 과정의 진행 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고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적절하게 받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새로운 파트너의 업무 수행과 성과를 분석해 로펌으로의 성공적인 편입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가장 성공적인 Lateral Hiring은 2~3년 후 로펌의 기존 변호사나 고객들이 새로 합류한 파트너 변호사의 영입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통합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그러한 통합이 가능할 때 수평이동한 파트너 변호사와 그를 영입한 로펌 모두 목표했던 발전과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법무법인 바른 강북사무소(KIM, CHANG & LEE)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kimchang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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