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점거 등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을 상대로 사측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때 조합원의 지위와 역할, 참여 정도 등에 따라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조에 불법 쟁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조합원 각자의 책임을 가담 정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지지 않고 쟁의를 결정, 주도한 노조의 책임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어 주목된다.
올 2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뒤 지난 달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즉, 개정안은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행위(쟁의행위등)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특히 그 쟁의행위등이 노동조합에 의하여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쟁의행위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의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조합원수 · 조합비 · 노동조합의 재정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손해배상의 배상의무자는 법원에 감면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며, 법원은 쟁의행위의 원인과 경과, 배상의무자의 재정 상태 등을 고려하여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6월 15일 현대자동차가 "공장 점거로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46274)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인정하고, 현대차가 일부 청구한 20억원을 사실상 전부 인용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여는이 상고심에서 피고들을 대리했으며, 현대차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대법원은 먼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의행위의 주체가 노동조합이고(제2조, 제37조), 노동조합은 쟁의행위에 대한 지도 · 관리 · 통제책임을 지며(제38조 제3항), 쟁의행위는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여야 한다(제41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하여 결정 · 주도되고 조합원의 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하여 집단적으로 결합하여 실행되는 쟁의행위의 성격에 비추어, 단체인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주체가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 주도한 노동조합의 지시에 따라 그 실행에 참여한 조합원으로서는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어 일단 그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대법원 2005다30610 판결의 취지 참조)"고 지적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의 공평 ·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며 "따라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위 법리에 비춰보면, 원심이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하면서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피고들이 쟁의행위를 결정 · 주도한 비정규직지회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 재판부는 원고의 울산공장 1공장의 2010년도 고정비용을 해당 연도의 가동계획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고정비용에 위 공장 1, 2라인의 공통된 조업중단 시간(278.27시간)을 곱한 금액인 271억여원의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을 인정하고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다음 위 손해액 중 일부인 20억원을 연대하여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했다.
현대차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2010년 11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현대차 울산공장 1, 2라인을 점거하여 위 공정이 278.27시간 동안 중단되자, 위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