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 문서 비공개 적법"
[행정]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협상 문서 비공개 적법"
  • 기사출고 2023.06.0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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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개시 국익 해칠 우려 있는 외교사항"

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사이에 발표된 '위안부 합의' 관련 협상 문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6월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위안부 합의의 협상 과정에서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의 존부와 사실 인정 문제에 대하여 협의한 협상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며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두41324)에서 송 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송 변호사는 12 · 28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내용만으로는 일본이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사죄하였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2016년 2월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위 합의의 협상 과정에서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의 존부 및 사실 인정 문제에 대하여 협의한 내용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12 · 28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합의에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 및 지원을 하는 이유가 '군의 관여'라는 표현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어떠한 형태로 군의 관여가 이루어졌는지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협의 내용의 전문(全文)을 공개함으로써 그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역사적 · 사회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서, 위 문제를 최종적 · 불가역적으로 해결하였다는 12 · 28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협상 과정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가 큰 데에 반해,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국가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송 변호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해당 정보는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로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2호는 '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심은, 12 · 28 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관련된 협의가 비공개로 진행되었고, 대한민국과 일본 모두 그 협의 관련 문서를 비공개문서로 분류하여 취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 협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할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쌓아온 외교적 신뢰관계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 있는 점, 이에 따라 향후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와 협상을 진행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점, 12 · 28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사용된 표현이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하기는 하나, 이는 협상 과정에서 양국이 나름의 숙고와 조율을 거쳐 채택된 표현으로서 그 정확한 의미에 대한 해석이 요구된다기보다 오히려 표현된 대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한 점 등을 종합하여, 위 합의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의 존부 및 사실인정 문제에 대해 협의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 같은 법 제14조에서 정한 부분 공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외교 협상 정보의 공개에 관하여 신중한 태도를 취한 기존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과거 한 · 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협정), 상호군수지원협정 자료에 관한 정보도 정보공개법 9조 1항 2호에서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결(2015두46512 판결)하는 등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가 체결한 외교협정의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데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