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개발 철거 강제집행 방해했어도 재개발조합 업무방해 아니야"
[형사] "재개발 철거 강제집행 방해했어도 재개발조합 업무방해 아니야"
  • 기사출고 2023.05.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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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강제집행은 조합 업무 아닌 집행관 고유 직무"

주택재개발 지역의 철거업무를 위임받은 집행관의 강제집행을 방해했다고 해서 재개발조합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강제집행은 재개발조합의 업무가 아닌 집행관 고유의 직무라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4월 2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서울 성북구에 있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구역에 있는 건물을 각 2분의 1의 지분으로 공유했던 종전 건물주 A, B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34)에서 이같이 판시,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 B씨는 2018년 5월 23일 오후 3시쯤 위 건물에 대한 건물명도소송의 판결에 따른 부동산 강제집행 실시에 대해 보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A씨는 자신 소유인 렉서스 차량으로 건물 입구를 막고, B씨는 건물 2층 베란다에서 LPG가스 라이터를 들고 다 같이 죽자고 소리 지르는 등의 행동으로 강제집행을 방해했다. 검사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정당한 이주, 철거업무를 방해했다며 두 사람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집행관은 이날 A, B씨의 행동에 강제집행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고, 검사는 재개발조합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만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위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재개발조합의 업무가 방해됐다고 보아 업무방해 유죄를 인정, 이들에게 각각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철거 업무를 위임받은 집행관의 강제집행 업무 방해는 조합의 업무 방해에도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5도12632 등)을 인용, "집행관은 집행관법 제2조에 따라 재판의 집행 등을 담당하면서 그 직무 행위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하여 전문적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재량을 가진 독립된 단독의 사법기관"이라고 전제하고, "따라서 채권자의 집행관에 대한 집행위임은 비록 민사집행법 제16조 제3항, 제42조 제1항, 제43조 등에 '위임'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이는 집행개시를 구하는 신청을 의미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강제집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행위임을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업무가 아닌 집행관의 고유한 직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설령 피고인들이 집행관의 강제집행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채권자인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업무를 직접 방해한 것으로 볼만한 증거도 부족해 보인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과 같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의 행위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업무 방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집행관의 법률상 지위를 확인함과 동시에 채권자의 집행관에 대한 집행위임의 법적 성격은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이 아닌 절차상의 집행개시신청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고, 그에 따라 강제집행 업무 방해 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는 강제집행을 신청한 채권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음을 밝혔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