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의 이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까.
많은 법조인들이 4월 9일 실시되는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다고 야단이다. 전직 검사장과 전직 부장판사들이 공천을 신청하고, 사법연수원을 나와 재야법조계에서 경력을 쌓은 중견 변호사들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여야의 구별이 없다.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등 주요 정당의 공천신청자 명단엔 으레 낯익은 법조인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가고 있다. 고향에서, 자신이 근무했던 근무지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개업지에서 아니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될성싶은 지역구를 찾아 입법가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일선 기자들에 따르면, 여야를 합쳐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법조인 출마 희망자가 약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필자는 이들 사법가들의 입법가로의 변신 추구를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그 누구보다도 입법가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법적 소양을 갖춘데다 사법가의 입법부 진출은 사법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의 예를 보면, 법조인 출신 만큼 입법부에 많이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쉽지 않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상하 양원의 의원중 상당수가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출마하려는 오바마, 힐러리 후보도 모두 로스쿨을 나온 법률가 출신으로 상원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우리도 노태우 정부를 끝으로 군사정권이 물러난 이후 문민화가 가속화되면서 법조인 출신의 국회 진출이 해마다 늘고 있다. 법조인 출신 대통령도 이미 5년전에 탄생했다. 그 이전에도 법조인 출신 선량들이 적지 않았지만, 군 출신 엘리트들이 차지하고 있던 몫이 다른 직업군으로 확대되며 법조인 출신의 진출이 늘어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또 사법시험 1000명 시대가 몰고 온 전체 법조인의 절대적인 증가가 법조인들의 활발한 입법부 진출에 동력이 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법적 소양만으로 입법부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일 것이다. 오히려 사법가를 뛰어 넘어 국민의 대표자인 의원으로서의 비전과 경륜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당선은 커녕 후보자 공천도 쉽지 않을 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지 법조인으로서의 명확한 출마동기가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사법가의 출마가 더욱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연이어 배출되고, 많은 법조인들이 의회에 진출해 맹활약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지 않겠는가.
큰 뜻을 품고 유권자의 심판을 찾아 나서는 법조인 출신 후보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 당선의 영광을 거머쥐길 기대한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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