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맥투자증권 주문 실수' 파생상품 거래대금 411억원, 예보가 한국거래소에 지급해야
[증권] '한맥투자증권 주문 실수' 파생상품 거래대금 411억원, 예보가 한국거래소에 지급해야
  • 기사출고 2023.05.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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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캐시아캐피탈이 '착오' 이용했다고 볼 수 없어"

2013년 말 파생상품 주문 실수로 거액의 손실을 본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한국거래소에 411억여원의 파생상품 거래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4월 27일 한국거래소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과 예금보험공사가 파생상품시장 감시와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맞소송의 상고심(2017다238486, 238493)에서 "예금보험공사는 한국거래소에 41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같은날 예금보험공사가 미국계 해지펀드인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 착오를 이유로 파생상품거래 취소와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소송의 상고심(2017다227264)에서도 예금보험공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1심부터 한국거래소를 대리했으며, 캐시아캐피탈은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법무법인 광장 vs 태평양 · 세종

한맥투자증권은 자신의 파생상품거래 시스템에 A사로부터 사용권을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A사 직원으로 하여금 이자율 등 변수를 입력하도록 하여 그 입력된 조건에 따라 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자동으로 호가가 생성 · 제출되는 방식으로 파생상품거래를 하였는데, A사 직원이 2013년 12월 12일 한국거래소가 열리기 전에 이 소프트웨어에 입력할 변수 중 이자율을 계산하기 위한 설정 값에 '잔존일수/365'를 '잔존일수/0'으로 잘못 입력, 그로 인하여 시장거래가격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의 주문이 발생하게 되었다. 일례로, 권리행사가격이 225포인트인 KOSPI 200 콜옵션은 개장 직후 32.5포인트에 매도가 가능하였고, 34.55포인트에 매수가 가능하였는데, 위 콜옵션을 0.51포인트에 매도하거나 62.65포인트에 매수하는 등의 주문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만기가 12월인 코스피200 콜옵션 또는 코스피200 풋옵션에 관하여 캐시아캐피탈과 36,978건의 파생상품거래가 체결되었으나, 한맥투자증권이 거래의 결제대금 중 일부를 납부하지 않자, 한국거래소가 한맥투자증권을 대신해 미납 결제대금을 납부한 후 한맥투자증권으로부터 추가로 변제받은 금액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약 411억원을 구상하는 소송을 냈다. 한맥투자증권은 이 파생상품거래는 착오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구상의무가 없다고 다투는 한편,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시장 감시와 관리감독 소홀 등을 원인으로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냈다. 한맥투자증권은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도 착오에 기하여 체결된 파생상품거래 일체를 취소하고, 거래로 인하여 얻은 이익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한맥투자증권이 이후 2015년 2월 파산선고를 받아,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금보험공사가 소송을 이어받았다.

재판에서는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이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인지, 한맥투자증권의 주문 실수로 이익을 얻은 캐시아캐피탈이 한맥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 109조 1항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2013다49794 등)에 따르면, 민법 109조 1항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표의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두 사건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한맥투자증권이 거래 호가를 제출함에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있고 거래 상대방인 캐시아캐피탈이 이를 알고도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예금보험공사가 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예금보험공사의 캐시아캐피탈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이같은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한국거래소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한국거래소가 설치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 상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캐시아캐피탈은 쟁점거래일 전후 일정기간 계속하여 쟁점거래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호가를 제시하여 왔는데, 위와 같은 캐시아캐피탈의 호가가 우연히 발생할지도 모르는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를 이용할 목적으로 사전에 마련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쟁점거래 중에는 옵션의 예상 가치에 근접한 가격의 거래 등 한맥투자증권의 착오에 의하여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거래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캐시아캐피탈이 한맥투자증권의 착오를 이용하여 쟁점거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예금보험공사의 한국거래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도, "원고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이상거래 및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감시할 책임이 있으나, 원고가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감시 ·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단순히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1, 2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캐시아캐피탈의 주문 중 시장거래가격을 현저히 벗어나는 호가부분은 손실의 최소화를 위한 투자전략에 근거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캐시아캐피탈의 주문 행태로 인하여 사전에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시세가 크게 변동하는 등 원고의 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이상 징후가 발생하였다고 볼 근거도 없는 점에 비추어 원고가 캐시아캐피탈의 주문 행태를 사전에 제지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한맥투자증권과 거래상대방 사이에 이미 거래가 체결된 이상, 그 주문 및 거래에 법적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원고가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원고가 착오 주문사실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도 이를 취소하거나 매매거래를 정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부작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