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땅 사고 보니 몽골대사관이 경계 침범…철거 못해도 사용료 청구 가능"
[민사] "땅 사고 보니 몽골대사관이 경계 침범…철거 못해도 사용료 청구 가능"
  • 기사출고 2023.05.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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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차임 상당 청구에 국가면제 인정 안 돼"

한 국내 회사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몽골대사관이 사유지 일부를 침범해 사용하고 있다며 낸 건물 등 철거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대사관 철거나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으나, 사용료 지급은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A사는 2015년경 주한몽골대사관에 연접한 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이후 대사관 건물이 이 토지 중 약 11㎡를 침범한 상태로 건축되어 있고 이 토지 중 약 19.9㎡가 대사관 건물의 창고 부지 등 부속토지로 사용되어 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A사는 몽골을 상대로 대사관 건물 중 경계 침범 부분의 철거와 토지 30.9㎡의 인도, 차임 상당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공관지역으로서 피고 건물과 계쟁토지를 이용하는 행위는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에 직 ·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주권적 활동과 관련성이 있으므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이 없다"며 A사의 청구를 각하했다. 국가면제를 인정한 것이다. 국가면제는 국가 또는 국가재산이 다른 국가 법원의 재판권 또는 관할권에 복종하도록 강제되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을 말한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계쟁토지의 소유권이라도 확인해달라'는 A사의 예비적 청구는 받아들였다. A사는 항소심에서 예비적 청구를 추가했다.

A사는 그러나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도 국가면제가 부정된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몽골은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도 국가면제가 인정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4월 27일 A사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해선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다247903). 법무법인 광장이 1심부터 A사를 대리했다.

대법원은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로 부동산에 관한 사적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해당 국가를 상대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이러한 금전지급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피고의 외교공관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도 어렵다"며 "그럼에도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 역시 피고 건물의 일부 철거 및 그 부지 등 인도 청구 소송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이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면제 또는 재판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이 원칙적으로 불가침이고 이를 보호할 의무가 접수국에 있으나,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부동산과 관련하여 어떠한 소송이든 부동산 소재지 국가 법원의 재판권에서 면제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기록상 제출된 자료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하는 내용의 국제조약이나 국제관습법이 확인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주위적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이는 이상 예비적 청구에 대해선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며 원심판결의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과 함께 예비적 청구 부분도 파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대사관 건물의 일부 철거와 토지의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해선, 국가면제가 인정된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