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건물 신축공사 소음으로 앵무새 폐사…생활소음기준 이하여도 손해배상해야"
[손배] "건물 신축공사 소음으로 앵무새 폐사…생활소음기준 이하여도 손해배상해야"
  • 기사출고 2023.05.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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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참을 한도 넘는 피해라고 볼 여지 충분"

건물 신축공사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앵무새 판매장에서 키우던 앵무새의 절반 가량이 폐사했다. 대법원은 소음이 생활소음규제기준인 70dB을 넘지 않았어도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4월 13일 안양시 만안구에 있는 건물 3, 4층에서 앵무새 판매장을 운영하는 A씨가 "앵무새 폐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인근에서 건물 신축 공사를 진행한 B씨 등 4명과 건설사 2곳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다210000)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동진이 A씨를 대리했다.

B씨 등 4명은 2016년 12월 21일 A씨의 앵무새 판매장 건물 바로 옆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의 건물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를 받고 건설사 한 곳에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주었다. 이 건설사가 2017년 1월경부터 위 공사를 시행하다가 2017년 7월 31일경 위 공사를 합의해지, 다른 건설사가 잔여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시행했다. A씨는 위 공사기간 중 B씨 등에게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 진동으로 인하여 사육하는 앵무새가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폐사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항의하고, 안양시청에도 16차례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소송을 냈다. 그러나 A씨가 제기한 민원에 따라 안양시청이 2017. 3. 28.부터 2018. 5. 2.까지 14차례에 걸쳐 건물 신축공사장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54.0dB(A)~68.5dB(A)로 모두 생활소음규제기준인 70dB 이하였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 가축피해 인정기준 도달 가능성"

대법원은 먼저 "일반적으로 생활소음규제기준은 건물 신축공사 현장의 소음이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는 있으나 그 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하여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더구나 이 사건은 건물 신축공사의 소음 때문에 사육하는 앵무새가 폐사하거나 산란율이 저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므로, 가축피해에 따른 환경 분쟁 사건에서 손해와 배상의 기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가축피해 인정기준도 생활소음규제기준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축피해 인정기준에 의하면 가축의 폐사 · 유산 · 사산 · 압사 · 부상 등의 피해유형에 대해서는 최대소음 70dB(A)을, 성장지연 · 수태율 저하 · 산자수 감소 · 생산성 저하 등의 피해유형에 대해서는 평균소음 60dB(A)을 각 해당 피해와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소음으로 정하고 있고, 건물 신축공사로 원고의 앵무새 판매장에 발생한 소음은 이러한 가축피해 인정기준에 도달하였거나 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원고는 이 사건 공사로 인하여 304마리의 국제적 멸종위기종 앵무새가 폐사하였다고 신고한 바 있고 담당공무원도 이를 확인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주장하는 앵무새 사육두수의 거의 절반에 이른다. 원고의 앵무새 판매장의 월별 매출액, 사료 · 새장 등의 연간 매입액, 앵무새 연간 매입액도 건물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대법원은 "여기에다 관상조류는 60~70dB(A)의 소음에서는 10~20%의, 70~80dB(A)의 소음에서는 20~30%의 폐사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한 연구결과나 건설공사로 발생하는 불규칙하고 충격음을 동반하는 소음이 앵무새 등 조류에게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감정내용을 더하여 보면, 건물 신축공사로 발생한 소음이 원고의 앵무새 폐사 피해에 기여한 정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건물 신축공사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는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건물 신축공사로 발생한 소음이 생활소음규제기준을 넘지 않았다는 사정을 주된 이유로 하여 섣불리 참을 한도를 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건물 신축공사로 발생한 소음의 태양과 정도, 가축피해 인정기준을 넘는 소음이 도달하였는지, 그 소음으로 앵무새 폐사 등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피고들이 피해의 발생을 예상할 수 있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음저감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원고에게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며 "그런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환경소송에서 참을 한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