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직접생산 여부 가려지기 전 조달청 쇼핑몰 판매 중지 위법"
[행정] "직접생산 여부 가려지기 전 조달청 쇼핑몰 판매 중지 위법"
  • 기사출고 2023.05.0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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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위반행위 확인 없이 계약기간 단축, 형해화시킬 수 있어"

영상감시장치 제조 · 판매업체인 A사는 수요기관의 요구에 따라 2018년 8월 2일부터 2021 8월 1일까지 3년간 영상감시장치를 납품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3자 단가계약을 2018년 8월 조달청과 체결하고, 조달청이 운영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온라인 종합쇼핑몰(종합쇼핑몰)에 영상감시장치를 등록하고 수요기관에 납품해왔다. 이 계약은 2021년 7월 수정계약을 통해 2024년 8월 1일까지 연장되었다.

그런데 조달청이 운영하는 불공정행위신고센터에 영상감시장치에 대한 직접생산위반 관련 제보가 접수되자, 조달청은 2020년 4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종합쇼핑몰에 영상감시장치 생산자로 등록된 업체 179개사를 대상으로 직접생산 여부를 조사하였고, 그 과정에서 A사가 영상감시장치를 납품한 1건의 계약에서 직접생산 위반을 추정할 신빙성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 이에 조달청이 중소벤처기업부에 A사의 직접생산 여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고, 2021년 12월 A사에게 '영상감시장치에 대한 직접생산위반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직접생산 조사 결과(직접생산확인서 취소 여부) 통보시까지 영상감시장치의 종합쇼핑몰 판매를 중지하자 A사가 조달청장을 상대로 판매중지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2022구합50021)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2월 9일 "판매중지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판매중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의 조치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서상이 A사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절차 및 기간이 정형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원고로서는 처분의 종기를 짐작할 수 없고, 변론종결일 현재 처분시부터 약 10개월이 경과하였음에도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원고에게 판매중지처분은 임시적 · 잠정적 조치에 불과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판매중지처분은 원고의 직접생산의무 위반 여부가 아직 구체적으로 조사 ·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이루어졌고, 한편 물품 공급계약에는 '원고가 직접생산확인 기준을 위반하여 제조 · 납품한 경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령에 따라 부정당업자로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원고의 위반행위가 확인된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정해진 제재기간이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판매중지처분보다 짧다"며 "이 사건 조치가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과 달리 특정 물품에 국한되는 조치이긴 하나, 계약상대방에 따라서는 그 물품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여 사실상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같은 정도의 불이익이 될 수 있고, 원고의 경우 매출 상당 부분이 공공기관에 대한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계약기간은 2018. 8. 2.부터 2024. 8. 1.까지이고, 판매중지처분이 계속되는 동안 원고는 계약기간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데,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결과 원고의 직접생산의무 위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침해된 계약기간에 대한 보상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며 "이 사건과 같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가 상당 기간 지연되는 경우, 위반행위의 확인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의 일방적 조치로 원고의 계약기간을 사실상 단축시키거나 원고가 갖는 지위를 형해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판매중지 조치는 행정처분

조달청은 이에 앞서 "판매중단 조치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사법상 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피고는 조달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하고(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수요기관의 장은 피고에게 조달물자의 구매 · 공급 계약 또는 시설공사 계약의 체결을 요청하려는 경우에는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하여야 하며(같은 법 제13조), 수요물자의 납품을 위해서는 종합쇼핑몰에 물품을 등록하여야 하므로, 피고가 행한 종합쇼핑몰 판매중지는 계약상대자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인 종합쇼핑몰을 통하여 수요기관에 해당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지위를 직접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원고의 영상감시장치를 종합쇼핑몰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중지한 것은 해당 품목의 수요기관 납품을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