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구글 정보 공개' 판결 받아낸 양홍석 변호사
[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구글 정보 공개' 판결 받아낸 양홍석 변호사
  • 기사출고 2023.05.0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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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제공 이용자 정보도 공개 길 터

대법원이, 구글이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미 연방수사국(FBI) 등에게 제공한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FBI에 대한 정보제공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법령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용자의 열람 · 제공 요구를 거부할 수 없고, 미국 법령의 내용이 한국 헌법이나 관련 법령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따져 공개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원고들을 대리해 일종의 기획소송, 공익소송으로 소송을 수행해 소 제기 후 약 9년 만에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단을 이끌어낸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를 만나 판결의 의의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전속관할, 준거법 합의 뛰어넘어

"무엇보다도 국내법이 해외 사업자의 서비스 제공에 대해 적용될 수 있다, 구체적인 행위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판단이 있었기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몇 가지 조건이 붙어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구글이 개인정보 제공내역 등을 구글서비스 이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파기환송 판결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최근 대법원에서 구글을 상대로 정보 공개 판결을 받아낸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
◇최근 대법원에서 구글을 상대로 정보 공개 판결을 받아낸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

국내법 즉, 구 정보통신망법 30조 2항, 4항의 적용은 대법원의 준거법 판단에도 나온다. 대법원은 먼저 한국 법원에 관할권이 있다고 보아 원고들이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낸 데 문제가 없다고 했으며, 구글서비스 이용계약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률이 준거법으로 되어 있지만, 소비자의 상거소지국 강행규정인 구 정보통신망법 30조 2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 변호사는 그러나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단순한 준거법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며, 대법원이 관련 국내법을 해외 사업자에게 적용한 것은 의미가 큰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준거법 이슈를 돌파하더라도 적용 여부는 또 다른 판단이라는 얘기다.

대법원은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수사기관에 대한 정보제공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법령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피고 측 즉, 구글에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에 따른 열람 · 제공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심(항소심)으로서는 미국 법령에 따라 비공개의무가 있다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항이 대한민국의 헌법이나 관련 법령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 및 그 비공개로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함께 심리 · 검토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비공개 사유 종료 여부도 따져봐야"

나아가 미국 법령에 따르더라도 피고가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의 열람 · 제공으로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등이 초래될 수 있음을 연방수사국이 직접 확인해주거나, 해당 정보가 사전에 미국의 법관 등으로부터 적법하게 허가를 받은 이후 그에 따라 수집된 것이라는 점 등이 증명되어야 하고, 이는 해당 법령에 따른 요건이 충족되지 못하여 피고가 실질적으로 비공개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미 현실화되어 보호필요성이 있는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비해 미국 법령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더 우월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공개를 거부한 정보들이 미국 법령에서 제시하는 요건들을 충족한 것인지를 심리 · 검토하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과 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비교 · 형량하기 위해서는 미국 법령에 따라 열람 · 제공이 거부된 항목 및 그 거부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고, 미국의 연방수사국에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정보가 제공되었더라도 그 사유가 종료되는 등으로 그 정보수집의 목적에 더 이상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보제공 사실에 대한 열람 ·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열람 · 제공을 거부한 항목과 그 거부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는지, 해당 정보 중 이미 수사 등이 종료되어 그 수집목적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보제공 사실을 사후적으로 공개하여도 될 만한 자료는 없는지 등에 관하여 심리 · 검토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 치열한 공방 예상

대법원이, 구글이 개인정보 및 서비스 이용내역의 제3자 제공현황을 비공개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상세하게 밝힌 만큼 앞으로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선 이러한 비공개 요건의 충족 여부를 놓고 원, 피고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양 변호사는 "구글 측에서 관련 자료의 제출 등 비공개 사유에 대해 많은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글이 제출하는 자료를 검증하는 등 여러 대응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고무적인 판결을 받아낸 양 변호사이지만, 이번 판결이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는 패소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보 공개로 정신적 고통 회복"

원고들은 소송을 제기하게 앞서 구글에 먼저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여부와 제공내역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제공 현황에 대한 공개와 함께 1인당 위자료 50만원씩을 청구했으나, 위자료 청구는 "피고 측이 적극적인 가해행위를 하지는 않았고, 설령 원고들이 정신상의 고통을 입었다 하더라도 재판 결과에 따라 구글이 해당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회복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해당 정보가 공개되어도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나 이에 대한 구글의 예견가능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양홍석 변호사
◇양홍석 변호사

양 변호사는 이에 대해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제공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해도 해외 사업자들에게 사실상 강제가 되지 않는다"며 "국내 이동통신사 등에겐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 30만~5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주도록 판결이 나왔는데, 이번에 위자료 청구가 기각되어 아쉽다"고 말했다. 비록 위자료 청구 액수가 1인당 50만원에 불과하지만, 잠재적인 당사자에 해당하는 국내의 구글서비스 이용자 전체로 확대할 경우 금액이 적지 않아 구글 측에 상당한 압박요인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 변호사는 또 6명의 원고 중 구글이 제공하는 기업메일서비스를 이용하는 2명의 청구가 관할 위반을 이유로 각하된 데 대해서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회사 메일이든, 단체 메일이든 관계없이 소비자라고 볼 수 있는데, 전속 관할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 이렇게 봐 버리면 사실상 보호의 범위를 상당히 좁히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의 파기의 범위에는 포함이 안 되었지만 재상고를 통해 계속 다투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기업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원고 2명의 청구와 관련, "직업활동의 목적으로 구글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이 구글과 체결한 계약은 구 국제사법 제27조가 보호하는 소비자계약에 해당하지 않아 전속적 재판관할합의를 위반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각하했고, 대법원은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대법 판결까지 9년 걸려

이번 소송은 2014년 7월 23일 1심 소장이 접수되어 약 9년만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히 2017년 3월 상고장이 접수되어 대법원에서만 판결 선고까지 6년이 더 걸렸다. 그만큼 대법관들의 고심 끝에 나온 의미 있는 판결인 셈이다.

양홍석 변호사는 한양대 법학과를 나와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2010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