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공정위 조사 ∙ 심의절차 개정
[공정거래] 공정위 조사 ∙ 심의절차 개정
  • 기사출고 2023.05.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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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사인의 방어권 보장 · 예측 가능성 제고 기대

공정위는 2023. 4. 14. 피조사인의 여러 절차적 권리가 강화된 내용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절차에 관한 규칙」("조사절차규칙"), 「공정거래위원회 회의운영 및 사건절차등에 관한 규칙」("사건절차규칙"), 「현장조사 수집 · 제출자료에 대한 이의제기 업무지침」(이하 "이의제기 업무지침")의 시행을 발표하였다. 이는 그간 공정위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의 피조사인 방어권 보장 및 예측 가능성 제고에 대한 요청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 개선으로 파악된다. 이하에서 이번 개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기존의 조사 관행이 얼마나 개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현장조사 공문에 법위반 혐의를 구체적으로 기재

과거 조사절차규칙은 공문에 조사목적을 기재하고 이를 피조사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무에서는 공문상의 조사 목적에 공정거래법 조항만을 기재하고 있어, 피조사자들이 조사 대상 혐의를 알지 못하고 조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 결과 공정위의 조사는 임의조사로서 법상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함(공정거래법 제84조)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고, 조사와의 관련성에 따라 판단이 되어야 하는 피조사자의 자료제출의 필요성도 조사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주관적 판단에 좌우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왼쪽부터 김남수 변호사, 이우주 변호사
◇왼쪽부터 김남수 변호사, 이우주 변호사

이번 개정 조사절차규칙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사 공문에 법위반 혐의와 관련하여 거래분야를 기재하도록 하고, 공시위반행위 등과 같이 거래분야를 기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한 조사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행위유형을 기재하도록 규정(조사절차규칙 제10조 제2항)하여, 과거에 비해 피조사자들이 조사 혐의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래분야 ∙ 행위유형의 기재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데, 이에 따라 거래분야 ∙ 행위유형이 광범위하게 작성될 경우 사실상 기존 제도와 차이점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어(예를 들어 개정 고시 관련 보도자료에서는 거래분야 관련 기재사항의 예시로 "온라인 쇼핑 분야"를 들고 있으나, 만약 온라인 쇼핑업만을 영위하는 회사라면 이와 같은 기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며, 행위유형 역시 법조문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기재된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향후 공정위가 실제 조사에서 이러한 개정 조항 취지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준법지원부서에 대한 조사기준 마련

지금까지 공정위는 경우에 따라 법위반 혐의를 받는 특정 사업부서의 자료뿐 아니라 사내 법무팀 등 준법지원부서에서 작성한 자료, 외부 변호인의 자문의견들을 수집하여 증거로 활용해왔으며, 디지털 자료 조사시 조사 혐의와 무관한 "법무", "공정위" 등의 키워드를 적용함으로써 준법지원부서가 공정거래 관련 compliance 과정에서 작성한 자료를 수집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법위반 가능성을 사전 검토하여 시정 ∙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고, 최근의 ESG 강화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개정 조사절차규칙에서 조사 편의를 위해 준법지원부서를 우선적으로 조사하는 행위를 금지하되, ①준법지원부서가 법 위반 또는 증거인멸 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 ②준법지원부서가 법위반 혐의와 관련된 업무도 직접 수행하는 경우, ③현장진입 시 피조사인의 조사 거부 · 방해 혐의가 있는 경우, ④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조사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였다(조사절차규칙 제11조 제2항). 이와 같이 준법지원부서에 대한 원칙적 금지 원칙 및 이에 대한 공정위의 의지 표명은 분명히 긍정적이며, 향후 현장조사시 준법지원부서 조사를 할 경우 공정위가 예외 사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피조사자들의 방어권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정 조사절차규칙은 준법지원부서에 대한 물리적인 조사만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을뿐, 준법지원부서 내지 외부 변호인이 작성한 문서 자체에 대한 조사 ∙ 수집은 제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 개정 규칙에 따르더라도 준법지원부서가 작성한 문서에 대한 접근 시도가 여전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개정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규정된 예외사유 역시 현재 표현상으로는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예를 들어 준법지원부서의 검토를 거쳐 결정한 거래구조 자체에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가 있는 경우 '준법지원부서가 법 위반 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등), 실제 어느 정도 범위에서 집행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향후 집행 사례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조사 수집 · 제출자료 반환 · 폐기 요청 절차 신설

개정 사건절차규칙 및 신설 이의제기 업무지침은 피조사인이 현장조사에서 제출한 자료가 조사공문에 기재된 조사목적을 벗어난 경우 공식적인 반환 · 폐기를 요청할 수 있도록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하였다. 이에 따라 피조사인은 자료제출일(서면자료의 경우는 현장조사가 종료된 날, 선별 절차를 거쳐야 하는 디지털 자료의 경우는 해당되는 디지털 자료의 선별이 모두 완료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이의제기 서면을 제출할 수 있고(이의제기 업무지침 제3조), 만약 심사관이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의제기 서면 접수일부터 30일 이내에 '제출자료 이의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이의제기 업무지침 제5조 제3항).

종래에는 서면 제출 자료에 대해서는 제출을 번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디지털 자료의 경우 선별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폐기 요청이 이뤄져 왔으며, 설령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심사관과 조사 관련성에 대한 의견이 다를 경우 당부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절차 신설에 따라 현장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제출된 자료를 반환 받을 기회가 생기고, 특히 자료의 조사 관련성 유무에 대한 이견이 있을 때 피조사자의 의견을 공론화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었다는 데에 긍정적인 의의가 있다고 보인다. 또한 이러한 이의제기 절차의 존재로 인하여 조사공무원이 애초의 자료 수집단계에서 보다 신중히 대상 자료의 조사관련성을 판단하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는 이의제기 서면 제출 기한을 7일로 정하고 있는데, 현장조사시 대용량의 자료가 제출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내에 제출 자료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이의제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설 제도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시간적 제한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과정에서의 의견 개진 기회 확대

기존에는 심의 단계에서는 의견청취절차를 통한 대면 의견 진술 기회가 보장되어 있으나, 조사 단계에서는 심사관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청취 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이번 개정 조사절차규칙은 ①법위반 혐의 관련 기초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경우, ②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쟁점이 많은 경우, ③주요쟁점에 대한 심결례 · 판례 등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 ④전원회의 · 소회의(약식의결 의안은 제외) 상정이 예상되는 경우에, 심사관 또는 사건담당부서장(담당 국 ∙ 과장)이 공식적인 대면회의를 개최하여 피조사인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절차를 마련하였다(조사절차규칙 제22조의2 제1항).

기존에도 담당 국 ∙ 과장이 피조사자들의 요청에 따라 의견을 청취하는 미팅을 갖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와 별도로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피조사자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심사관 측과 피조사자 측이 쟁점 별로 충분히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균형감 있는 판단이 가능해지고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도 충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심의과정에서의 의견 개진 기회 확대

개정 사건절차규칙은 최대 예상 과징금액이 1천억원 이상(부당공동행위 사건은 5천억원 이상)이거나 사업자인 피심인 수가 5명 이상(부당공동행위 사건은 15명 이상)인 사건, 피심인이 다수인 사건 등 시장에 대한 영향이 큰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충실한 변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심인 신청 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2회 이상의 심의를 실시하도록 하였다(사건절차규칙 제37조 제7항). 이는 중요 사건들에 대해 면밀하고 신중한 심사를 거쳐 결정하고자 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심의과정에서의 공정성 강화

개정 사건절차규칙은 주심위원 등은 심결보좌를 통해 자료 등을 수령하도록 하고, 의견청취절차 외의 방법으로 심사관이나 피심인을 접촉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사건절차규칙 제29조 제3항), 공정위의 전원회의는 1심을 대체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공정성 강화는 공정위 전원회의의 위상과 기능에 걸맞는 변화로 평가된다.

또한 이번 개정을 통해 심사관 또는 피심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주심위원의 재량에 따라 상대방인 심사관 또는 피심인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청취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의견청취절차의 분리운영을 도입하였다(사건절차규칙 제30조 제4항). 기존 의견청취절차는 피심인들이 핵심 쟁점 및 주장을 정리하여 주심위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동시에, 주요 방어 논리가 심사관 측에 공개될 수밖에 없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인해 피심인들이 심사관 참석의 부담 없이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공정위의 피조사자/피심인 방어권 보장 및 절차 투명성 확보라는 정책 방향은 충분히 공감이 가고 긍정적인 변화인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일부 내용의 경우 문언상 당초 공정위의 개정 취지에 비해 넓게 적용 ∙ 해석될 여지가 있는바, 향후 공정위의 개정 취지를 고려한 신중한 집행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집행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에 관해서는, 공정위가 이번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소통 ∙ 논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대해본다.

김남수 · 이우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namsu.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