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교수 동의 안 받은 대전대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
[노동] "교수 동의 안 받은 대전대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
  • 기사출고 2023.05.0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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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해당…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 안 돼"

사립대학인 대전대가 교수들의 보수체계를 기존의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수체계 변경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데도 과반수 교수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월 13일 대전대 교수 10명이 "성과연봉제 보수규정은 무효이므로, 구 보수규정에 따라 2014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지급받았어야 할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대전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혜화학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82371)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2억 1,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광산 변호사가 1심부터 원고들을 대리했으며 상고심에선 곽지연 변호사가 함께 대리했다. 혜화학원은 1심은 김앤장, 항소심은 김앤장과 법무법인 대원씨앤씨, 상고심에선 법무법인 한누리와 화우가 대리했다.

대전대는 개교 이래 교수들에 대해 공무원보수규정과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 호봉대로 임금을 지급하는 보수체계를 유지해오다가 2007년 3월경 기존의 자동호봉 승급조항을 삭제하고 성과급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성과연봉제 보수규정을 새로 제정하고 기존의 보수규정을 폐지하면서, 2007년 3월 1일부터 새 보수규정을 적용했다. 그러나 대전대는 교수의 보수체계를 변경하며 대전대 교수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가 대전대 교원의 보수체계를 '호봉제'로 정하였던 기존 보수규정을 폐지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보수규정을 제정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 대전대 교원들의 적법한 동의를 받지 않았으며, 이러한 보수체계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새로운 보수규정이 원고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교수도 근로자"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원고들이 학문 · 교수 부분에 있어서는 학문의 자유를 항유한다고 하더라도, 인사 · 학사 · 급여 부분에 있어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며 "따라서 원고들이 근로자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이상, 원고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보수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성과연봉제로의 변경은 원고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 대전대 교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전대의 교원들은 보수체계가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됨에 따라 공무원보수규정의 준용을 통한 안정적 · 단계적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이익을 상실하게 되었고, 대전대의 업적평가 권한이 강화되어 교원 지위의 안정성이 감소하게 되었다"며 "따라서 성과연봉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보수가 증가한 사람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최초 성과연봉제 보수규정과 이를 바탕으로 제정된 현행 보수규정은 호봉제를 따르던 구 보수규정에 비하여 대전대 교원들 전체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대학 재정 안정과 입학생 감소 대비를 위하여 성과연봉제의 도입이 필수불가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피고가 대전대 직원 노동조합과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임금협약을 체결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성과연봉제 도입에 있어 교원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긴급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대전대 교원들의 적법한 동의 없이 대전대 교원들의 보수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한 것에 근로자의 불이익을 상쇄할 만큼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2012다43522 등)에 따르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 · 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