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정식재판청구서에 기재한 전화번호로 연락 안 해보고 궐석재판 진행 잘못"
[형사] "정식재판청구서에 기재한 전화번호로 연락 안 해보고 궐석재판 진행 잘못"
  • 기사출고 2023.05.0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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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약식명령청구서 기재 전화번호로만 통화 시도

약식명령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서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기재했는데도, 법원이 이 전화번호로 연락해보지 않은 채 공시송달 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을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4월 13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3도1340)에서 이같이 판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2월 12일께 한 인터넷 카페에 마스크 160장을 27만 5,000원에 판매한다는 거짓 게시글을 올리고, 구매의사를 밝힌 피해자 2명에게 선입금하면 다음날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2명으로부터 각 27만 5,000원 합계 55만을 송금받아 편취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또 같은해 5월 28일 같은 카페에 소니 카메라와 렌즈 판매글을 게시한 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에게 136만원을 편취한 혐의로도 약식기소됐다. 광주지법은 A씨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20. 5. 28. 사기 범행에 대해 벌금 200만원, 2020. 2. 12. 사기 범행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각각 내리고 각 약식명령이 송달불능 되자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A씨는 그러나 각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청구권 회복결정을 받았고, 정식재판청구서에 '원래 주소에서 나와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며 자신의 주소를 광주 B로 기재했으며, 전화번호도 기재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결정, A씨가 출석한 상태에서 개정하여 증거조사를 마치고 변론을 종결한 후 2021년 5월 벌금 100만원을 깎아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던 A씨는 항소장을 제출하였고, 광주교도소를 통해 소송기록접수통지서 등을 적법하게 송달받아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A씨는 2021년 7월 별건 형기종료로 출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 주소로 피고인소환장의 송달을 시도했다. 그러나 폐문부재로 송달불능 되자 2022년 6월 13일 약식명령청구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전화번호를 통해 소환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날인 6월 14일 A씨가 제1회 공판기일에 불출석하자 재차 B 주소로 피고인소환장의 송달을 시도하여 A씨의 어머니가 송달을 받았다. 이어 6월 15일 약식명령청구서에 기재된 A씨의 주민등록주소로도 피고인소환장의 송달을 시도했으나 주소불명으로 송달불능 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7월 19일 제2회 공판기일에도 A씨가 불출석하자 공시송달로 A씨를 소환하고, A씨가 제3회와 제4회 공판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자 9월 20일 A씨의 출석 없이 1심판결을 깨고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정식재판청구서에 기재되어 있는 A씨의 또 다른 전화번호로는 연락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에 항소심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상소권회복을 청구,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했다고 인정해 상소권회복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70조, 제276조에 의하면,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개정하지 못하고, 다만, 같은 법 제365조에 의하면, 피고인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바, 이와 같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적법한 공판기일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하지 아니할 것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으므로, 기록상 피고인의 집 전화번호 또는 휴대전화번호 등이 나타나 있는 경우에는 위 전화번호로 연락하여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여 보는 등의 시도를 해 보아야 하고,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 제365조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B 주소로 송달된 제2회 공판기일의 소환장을 피고인의 동거인인 모가 적법하게 수령하였으므로, 원심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에게 공판기일 소환장을 송달하였어야 하고, 또한 정식재판청구서에 피고인의 다른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는바, 원심은 공시송달결정을 하기 전에 위 연락처로 전화하여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거나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하여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한 원심에는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 제365조를 위반하여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되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