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자전거로 퇴근 중 신호위반 사고 내 다쳐…산재 아니야"
[노동] "자전거로 퇴근 중 신호위반 사고 내 다쳐…산재 아니야"
  • 기사출고 2023.04.3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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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 적법"

자전거로 퇴근하던 중 교차로에 신호를 어기고 진입했다가 승용차와 부딪혀 다쳤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주유소에서 주유관리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2021년 5월 10일 업무를 마치고 본인 소유의 자전거를 이용해 퇴근하던 중, 같은날 오후 6시 57분쯤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교차로에서 4차로를 따라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다가 진행방향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편도 2차로 중 2차로를 따라 차량 신호 녹색등에 교차로를 직진하던 승용차량의 앞범퍼 부분을 위 자전거 오른쪽 측면 부분으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이 사고로 '열린 두개내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의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 처분을 받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2022구단60700)을 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37조 2항은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송각엽 판사는 2월 10일 "이 사고는 원고의 신호위반의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22두30072)을 인용,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등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당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 위반 등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범죄행위'에는 특별법령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도로교통법 제13장의 범칙행위는 위 범죄행위에 해당하는바,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는 그 자체로 도로교통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함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교통사고실황조사서 및 사고 당시 CCTV 영상 등에 의하면, 원고는 교차로 이전에 편도 4차로 중 4차로를 따라 자전거를 운행하여 왔는데, 원고는 교차로에 이르러서도 멈추지 않고 정지신호를 위반하여 그대로 직진하여 교차로에 진입함으로써 원고 진행방향 우측에서 신호에 따라 직진하던 상대 차량과 교차로에서 부딪힌 사실이 인정된다"며 "사고 당시 원고 진행방향으로 선행하여 진행하는 차량이 없었으며, CCTV 영상에서 상대 차량 진행방향의 신호가 적색 신호에서 녹색신호로 바뀐 시점이 19:00:55경이고, 영상에서 원고의 자전거가 최초로 확인되는 시점이 19:00:58경인 점을 고려한다면, 원고로서는 진행차로의 신호가 녹색신호에서 적색신호로 변경된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신호를 무시하고 진행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점, 사고장소인 교차로 주변은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는 자전거 도로로 통행했어야 함에도(도로교통법 제13조의2) 이를 준수하지 않고 차로로 통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고의 내지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무거운 중과실로 정지신호 등을 위반하였고, 그러한 신호위반 등이 직접적이고도 주된 원인이 되어 사고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A씨는 상대 차량의 전방주시해태 등의 과실이 경합하여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고 당시 상대 차량은 직진 신호로 바뀐 후 곧바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던 오토바이가 먼저 신호에 따라 교차로에 진입하였고, 상대 차량은 정상적인 직진 신호에 따라 선행하는 위 오토바이를 따라 교차로에 진입하였으며(전방 신호가 직진 신호로 바뀐 후 약 5초가 지난 시점이다), 당시 운행속도 또한 빠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고 발생에 관하여 상대 차량 운전자에게 원고 주장과 같은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파경찰서 내사결과보고서상 사고 원인은 원고 자전거의 신호 위반이고 가해자 또한 원고로 조사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