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차량에 치인 강아지 사체 수습하다가 후행사고로 다리 절단…의상자 아니야
[행정] 차량에 치인 강아지 사체 수습하다가 후행사고로 다리 절단…의상자 아니야
  • 기사출고 2023.04.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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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죽은 강아지는 의사상자법상 '구조 대상' 아니야"

A씨는 2021년 2월 19일 오후 8시 20분쯤 자신의 제네시스 차량을 운전해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도로를 지나가던 중 차도를 배회하는 강아지를 목격하고, 이 강아지가 다른 차량에 치일 위험이 있다고 우려해 차를 인근 도로변에 정차한 뒤 이 강아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후 B씨가 운전 중이던 소렌토 차량이 이 강아지를 들이받았다. B씨는 차를 세운 뒤 A씨와 함께 강아지 사체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는데, 이때 뒤에 오던 카니발 차량이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카니발은 당시 제한속도 시속 60㎞를 약 32㎞ 초과한 시속 약 92㎞의 속도로 주행하다가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A씨는 왼쪽 다리 절단 등의 중상해를 입었고 B씨는 두개골 골절 등으로 현장에서 사망했다. A씨는 보건복지부에 자신을 의상자로 인정해달라 신청했으나 불인정처분을 받자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불인정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2022구합59158)을 냈다. 카니발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금고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3월 23일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상 구조행위는 다른 사람의 생명 · 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 · 적극적 행위를 말하는데, 이 사건 강아지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의사상자법상 구조행위를 하였다거나 그로 인해 부상을 입은 의상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의사상자법상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구조하는 행위가 의상자 인정 요건인데, 강아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강아지가 반려견으로서 다른 사람의 재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이 강아지가 반려견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설령 그것이 반려견이라 하더라도, 선행 사고로 인해 강아지는 즉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사고는 그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미 그 시기는 구조 대상이 사라진 후이며, 원고에게 다른 사람의 재산을 구하기 위한 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강아지의 사체를 수습하고자 한 의도가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하더라도, 사고 장소가 촬영된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강아지는 소형견으로 보이고, 선행 사고 이후 차량 흐름이나 운행에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강아지 사체가 도로에 놓여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의 생명 · 신체의 안전에 급박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법무공단이 보건복지부장관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