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대구 함지산 체육공원에서 '거꾸로 매달리기' 운동기구 이용하다가 목뼈 등 다쳐…북구 책임 40%"
[손배] "대구 함지산 체육공원에서 '거꾸로 매달리기' 운동기구 이용하다가 목뼈 등 다쳐…북구 책임 40%"
  • 기사출고 2023.04.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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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안내문에 주의사항 등 미기재, 미끄럼방지장치 등도 없어"

50세의 여성인 A는 2019년 10월 19일 대구 북구 구암동에 있는 함지산 체육공원에 설치된 '거꾸로 매달리기' 운동기구를 이용하던 중 뒤로 넘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경추 제5-6번 탈구와 경수신경 손상으로 인한 사지의 불완전 마비, 감각이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A는 사고 직후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은 뒤 2022년 10월까지 입원과 외래 치료 등을 받았다. 이에 A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운동기구의 설치 · 관리 주체인 대구광역시 북구를 상대로 소송(2022가합207848)을 냈다.

이 운동기구는 이용자가 발 고정장치에 두 발을 끼우고 양 옆 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 등받이판에 기대어 힘을 가하면 상체가 뒤로 젖혀지면서 몸이 거꾸로 돌아가도록 되어 있어 이용자가 상체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발 고정장치에서 발이 빠지거나 손잡이를 놓치는 경우 바로 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고 발생 당시 A 역시 이 운동기구를 이용해 상체를 뒤로 젖혔다가 다시 올라오는 과정에서 발이 고정장치에서 빠지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이 운동기구에 부착된 안내문에는 '거꾸로 매달리기', '머리와 심장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등받이 판 앞에 서서 보호대에 두 발을 고정하고 가드레일을 꽉 잡고서 등판에 힘을 가하면 물구나무서듯이 기구가 돌아간다'라고 이 운동기구를 통한 운동의 효능과 기본적인 이용방법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정확한 이용자세, 발 고정장치와 손잡이의 중요성 등 운동기구 이용 시의 주의사항이나 추락사고와 그로 인한 중한 상해의 발생가능성 등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또 안내문의 위치, 안내문에 기재된 글씨의 크기 등에 비추어 보면 이용자가 이 운동기구를 이용하기 전에 안내문의 존재 및 그 내용을 쉽게 인지하기 어려워 보이고, 사고 당시 이 운동기구에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이 운동기구에는 사고 당시 추락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미끄럼방지장치나 사고발생시 이용자의 부상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바닥매트 등 충격완화장치도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대구지법 민사12부(재판장 채성호 부장판사)는 4월 6일 북구의 책임을 40%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원 포함 5억 8,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하민이 원고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이 운동기구의 설치 및 관리자인 피고로서는 운동기구 이용 시의 주의사항 등을 기재한 안내문 등을 주민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설치하여 주민들이 안전한 방법으로 운동기구를 이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운동기구의 이용 과정에서 사고나 부상의 발생가능성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대책(미끄럼방지장치, 충격완화장치 등)을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피고는 위와 같은 방호조치의무를 게을리 함으로써 이 운동기구에는 그러한 피해방지조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설치 · 관리상의 하자가 존재하였는바, 피고는 위와 같은 운동기구의 설치 · 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국가배상법 5조는 "도로 · 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그 형태 및 구조 자체로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추락사고의 발생가능성이 높은 이 운동기구의 특성상 이용자로서도 운동기구를 이용함에 있어 그 위험성을 고려하여 이용방법을 제대로 숙지한 후 주의를 기울여 기구를 이용함으로써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사고는 원고의 자율적인 판단 하에 운동기구를 이용하다가 발생하였고, 원고의 이용상 부주의가 사고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며 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부제소 · 면책 합의 여부=피고는 2020. 3. 9. 이 사고에 관하여 원고에게 1,000,000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부제소 및 면책 합의를 하였다며 청구 각하 또는 기각을 주장했다. 재판부도 원고가 2020. 3. 9. 보험회사에 '확인 사항 : 지급보험금 1,000,000원을 확인하고 사고를 종결함', '상기 내용은 누구의 강요나 회유, 억압 없이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음을 확인하며, 향후 이와 관련하여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①이 확인서는 원고가 피고가 아닌 보험회사에 대하여 작성해준 것으로 원고가 위 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으면서 위 회사가 미리 마련한 부동문자가 인쇄된 확인서 양식을 활용하여 작성한 것인 점, ②원고가 지급받은 금액은 보험회사와 피고가 체결한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상한도액에 해당하는 금액인 점, ③원고가 이 사고로 인하여 2019. 12. 12.까지 지출한 치료비만 합계 7,434,122원이므로 원고가 지급받은 보험금 1,000,000원은 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전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점, ④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상해 정도나 피해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 원고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사고와 관련한 추가적인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넘어 피고에 대한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거나 피고와 부제소 합의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8다64301)을 인용, "피해자가 합의금을 수령하면서 민 · 형사상의 소송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부동문자로 인쇄된 합의서에 날인한 경우, 그 피해 정도, 피해자의 학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합의에 이른 경위, 가해자가 다른 피해자와 합의한 내용 및 합의 후 단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합의서의 문구는 단순한 예문에 불과할 뿐 이를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포기나 부제소의 합의로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