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vs 아이언메이스 '다크 앤 다커' 분쟁 국제소송 비화
넥슨 vs 아이언메이스 '다크 앤 다커' 분쟁 국제소송 비화
  • 기사출고 2023.04.1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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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美 워싱턴 연방법원에 영업비밀 도용 · 저작권 침해 소송 제기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 'P3'를 유출해 하드코어 판타지 던전 게임인 '다크 앤 다커(Dark and Darker)'를 개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내 게임사 아이언메이스(Ironmace)와 넥슨간 분쟁이 국제소송으로 비화됐다.

넥슨코리아는 4월 14일 시애틀에 있는 미 워싱턴 서부연방지방법원에 아이언메이스와 2021년 10월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한 최 모, 박 모씨를 상대로 미국법에 따른 영업비밀 도용과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다크 앤 다커'의 배포 · 판매 등의 금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에도 사무소가 있는 미국 로펌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와 워싱턴주의 로펌인 Stokes Lawrence가 넥슨을 대리하고 있으며, 아놀드앤포터에선 서울사무소 대표이자 미국 소송 전문가인 제임스 리(James Lee) 미 변호사와 같은 서울사무소의 이소민 미 변호사, LA사무소의 파트너인 James Blackburn 등이 담당변호사로 참여하고 있다. 피고 측 대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rnold & Porter · Stokes Lawrence 넥슨 대리

아이언메이스의 CEO인 박씨는 캘리포니아에도 주거가 있으며, 최씨는 한국에서 아이언메이스의 managing director를 맡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입수한 소장에서, 넥슨은 "과거 넥슨의 신규개발본부에서 P3 개발팀장으로 있던 최씨가 소스코드와 각종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해 박씨 등과 회사를 떠난 뒤 이를 기반으로 아이언메이스에서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고, 이들이 떠나면서 궁극적으로 넥슨은 P3 프로젝트를 끝내는 게 어려웠다"며 "피고들이 '다크 앤 다커'를 그렇게 빨리 배포할 수 있었던 것은 넥슨의 영업비밀을 도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넥슨 주장에 따르면, 아이언메이스는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다크 앤 다커'의 시험판을 4차례 공개했으나 넥슨의 저작권 도용 신고로 이후 저지되었고,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파일 공유 프로토콜 '토렌트'를 통해 시험판을 배포하려고 했다. 미국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아놀드앤포터가 스팀과 토렌트 등을 통한 '다크 앤 다커'의 배포 저지에도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언메이스는 '다크 앤 다커' 제작에 넥슨이 유출되었다고 주장하는 데이터가 쓰이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 침해 여부 등에 관한 국제소송으로 비화된 하드코어 판타지 게임 '다크 앤 다커'(사진=다크 앤 다커 공식사이트 화면 캡처)
◇저작권 침해 여부 등에 관한 국제소송으로 비화된 하드코어 판타지 게임 '다크 앤 다커'(사진=다크 앤 다커 공식사이트 화면 캡처)

넥슨은 그러나 소장에서 "최씨에게 그의 허락받지 않은 파일 이전에 대해 얘기하자 최씨는 그의 외부서버를 넥슨에 넘겨 넥슨이 데이터가 제3자에게 유출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동의하고, 실제로 서버 이전에 대해 넥슨과 서면으로 된 포렌식 약정에 서명했으나, 곧바로 마음을 바꿔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씨가 지인에게 그의 개인서버에 있는 파일들을 영원히 지우도록 했고, 데이터가 회복될 수 없게 해당 서버가 여러 차례 청소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이 미국 소송 등 국제분쟁으로 비화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비디오 게임의 경우 전 세계가 시장인데다 이 사건에선 특히 피고 측이 북미시장에서의 테스트를 위해 워싱턴주의 Bellevue에 본사가 있는 Valve Corporation이 소유한 스팀에서 '다크 앤 다커' 게임의 테스트(playtest)를 시도해 넥슨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관할(Jurisdiction)의 토대가 되었다.

넥슨은 워싱턴주 법원에 낸 소장에서, "피고들이 2022년 8월 19~21일부터 2023년 2월 6~16일까지 4차례에 걸쳐 스팀에서의 게임 테스트를 시도했다"고 지적하고, "스팀은 게이머들이 미국에서 '다크 앤 다크' 게임 테스트에 참여하는 것을 피고들이 막을 수 있게 쉽게 허용했을텐데, 피고들은 미국에서의 접근을 막지 않았다(Steam would readily permit Defendants to block players in the United States from participating in the Dark and Darker playtests. Defendants, however, did not block access in the United States)"고 주장했다. 특히 2022년 9월의 테스트가 '미 동부 서버(US East server)'의 용량을 압도할 정도로 성공적이어 아이언메이스의 박 대표가 그의 디스코드(Discord) 계정을 이용해 미 동부의 게이머들에게 '미 서부 서버'나 'EU 서버'를 선택하라고 격려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미국의 더 많은 사람들이 '다크 앤 다커'의 게임 테스트에 참여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것이 넥슨의 주장이다.

넥슨은 또 피고들이 트위터 영어 계정을 이용해 미국내 게이머들을 겨냥, 영업비밀 도용과 저작권 침해라는 넥슨 주장에 대한 아이언메이스의 공식 입장을 주장하고, 아이언메이스의 박 대표가 미국 게이머들을 타깃으로 하는 여러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를 갖고, 아이언메이스의 배경과 게임 테스트, '다크 앤 다커'의 상세한 내용, 그리고 새로운 작품(new features), 조기 사용(early access), 비용 산정(cost estimate) 등을 포함한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넥슨은 박 대표와 아이언메이스가 한국에서 인터뷰를 하거나 또는 한국 시청자를 겨낭해 '다크 앤 다커' 게임의 마케팅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넥슨 측은 소장에서 스팀 유저들의 통계를 추적하는 GameCharts의 데이터도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다크 앤 다커' 게임 테스트 참여자들의 38.67%가 미국 출신이고, 그 다음 인기시장은 7.94%를 차지한 일본이며, 한국 출신은 테스트에 참여한 게이머들의 4.56%에 불과했다. 미국이 '다크 앤 다커' 게임 테스트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2백만명 이상이 4차례의 '다크 앤 다커' 게임 테스트에 참여했다고 볼 때, 미국에서 최소 77만 3,400명이 넥슨의 영업비밀을 이용해 개발된 저작권 침해 게임을 다운로드했다는 것이 넥슨의 주장으로, 넥슨이 미 워싱턴주의 법원에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유인 셈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