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T] "구글, FBI 제공 이용자 정보도 공개해야"
[TMT] "구글, FBI 제공 이용자 정보도 공개해야"
  • 기사출고 2023.04.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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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외국 법령 존재만으로 공개 거부 정당한 이유 안 돼"

구글이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미 연방수사국(FBI) 등에게 제공한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FBI에 대한 정보제공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법령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용자의 열람 · 제공 요구를 거부할 수 없고, 미국 법령의 내용이 한국 헌법이나 관련 법령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따져 공개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4월 13일 구글 서비스 이용자 6명이 "개인정보와 서비스 이용내역의 제3자 제공현황을 공개하라"며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219232)에서 구글 측이 개인정보 등 제공현황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보면서도 FBI에 제공한 정보 등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원심을 깨고, 이 부분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이공이 1심부터 원고들을 대리했다. 구글은 김앤장이 대리했다.

구 정보통신망법 30조 2항은 "이용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에 대하여 본인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항에 대한 열람이나 제공을 요구할 수 있고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가지고 있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2호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들고 있다. 또 같은조 4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2항에 따라 열람 또는 제공을 요구받으면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먼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 등 참조)이고, 구 정보통신망법은 이와 같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구체화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그 이용자로부터 개인정보의 이용이나 제3자에게 이를 제공한 현황 등에 관한 열람 · 제공을 요구받으면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보장되는 이용자의 열람 · 제공 요구권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고, 헌법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등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이용자가 요구한 정보의 열람 · 제공이 다른 법률 등에 의해 금지 · 제한되거나, 이를 허용하면 다른 사람의 생명 · 신체를 해하거나 재산과 그 밖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과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이용자에게 그 사유를 알리고 열람 · 제공을 제한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외국에 주소나 영업소를 두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함께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그 외국 법령에서 해당 정보의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열람 ·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내용의 외국 법령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열람 · 제공의 제한이나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그와 같은 외국 법령의 내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결국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함께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4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모두 이행하였는지 여부는, 해당 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의무가 대한민국의 헌법, 법률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그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이용자가 열람 · 제공을 요구하는 정보에 관하여 해당 법령에서 요구하는 비공개요건이 충족되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이 실질적으로 비공개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등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에 따른 이용자의 열람 · 제공 요구권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용자로 하여금 해당 정보의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그 정보가 제공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었는지 등을 사후적으로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신의 정보에 대한 불법 · 부당한 이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앞서 든 사정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등은 그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제한 · 거절사유를 통지해야 하고, 특히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외국의 수사기관 등에 정보를 제공하였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가 이미 종료되는 등으로 위 정보수집의 목적에 더 이상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이용자에게 해당 정보의 제공 사실을 열람 · 제공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미국의 연방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의 확인 등으로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범죄, 대테러, 방첩조사 또는 외교 관계의 방해, 개인의 생명 또는 신체적 안전에 대한 위협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이 증명된 경우, 유선 또는 전자통신서비스 사업자(wire or electronic communication service provider) 등으로 하여금 연방수사국에 대한 정보의 제공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 법령과 연방수사국이 미국의 법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국제테러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해외정보 등을 수집한 경우, 그 정보제출자 등으로 하여금 관련 정보의 제공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 법령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위 미국 법령에서 비공개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원고들에 관하여 수집 ·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 및 서비스 이용내역의 제공현황을 공개할 의무가 없고,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공개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수사기관에 대한 정보제공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법령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피고 측에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에 따른 열람 · 제공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미국 법령에 따라 비공개의무가 있다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항이 대한민국의 헌법이나 관련 법령 등의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이 사건 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 및 그 비공개로 위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함께 심리 · 검토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특히 "이 사건 미국 법령에 따르더라도 피고가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의 열람 · 제공으로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등이 초래될 수 있음을 연방수사국이 직접 확인해주거나, 해당 정보가 사전에 미국의 법관 등으로부터 적법하게 허가를 받은 이후 그에 따라 수집된 것이라는 점 등이 증명되어야 하고, 이는 해당 법령에 따른 요건이 충족되지 못하여 피고가 실질적으로 비공개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미 현실화되어 보호필요성이 있는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비해 이 사건 미국 법령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더 우월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공개를 거부한 정보들이 이 사건 미국 법령에서 제시하는 요건들을 충족한 것인지를 심리 · 검토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과 이 사건 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비교 · 형량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미국 법령에 따라 열람 · 제공이 거부된 항목 및 그 거부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하고, 미국의 연방수사국에 국가안보, 범죄수사 등의 사유로 정보가 제공되었더라도 그 사유가 종료되는 등으로 그 정보수집의 목적에 더 이상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보제공 사실에 대한 열람 ·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열람 · 제공을 거부한 항목과 그 거부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는지, 해당 정보 중 이미 수사 등이 종료되어 그 수집목적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보제공 사실을 사후적으로 공개하여도 될 만한 자료는 없는지 등에 관하여 심리 · 검토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관할과 준거법=구글 서비스 이용계약에 따르면,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 연방 또는 주 법원'이 관할법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관련 분쟁에 관한 준거법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률로 되어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피고가 원고들의 상거소지국인 한국에서 광고 등 영업활동을 하였고, 원고들은 컴퓨터 단말기 등을 이용하여 구글 서비스에 가입하는 등 한국에서 계약체결에 필요한 행위를 하였다"며 "구글서비스에 관한 계약은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소비자계약에 해당하고, 원고들이 한국 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소는 전속적 재판관할합의에도 불구하고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4항에 따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준거법에 대해서도,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소비자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준거법 선택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상거소지국 강행규정이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보호를 박탈할 수는 없고, 구 정보통신망법 제30조 제2항, 제4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와 피고가 구글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쟁에 관한 준거법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률로 정하였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위 계약은 구 국제사법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소비자계약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은 그 상거소지국인 대한민국 강행규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