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범죄자에 대한 사용자책임에서 과실상계 후 유족구조금 공제 불가"
[손배] "범죄자에 대한 사용자책임에서 과실상계 후 유족구조금 공제 불가"
  • 기사출고 2023.04.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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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강 토막살인 사건' 업주 배상액 파기환송

2019년 8월 서울 구로구 소재 모텔에서 모텔 종업원 장 모씨가 투숙객 A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흉기로 시신을 훼손,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한강에 유기한 이른바 '한강 토막살인 사건' 관련 피해자 유족이 낸 손해배상사건에서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장씨에게는 100%의 불법행위책임을, 모텔 업주인 이 모씨에게는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되 과실상계를 적용, 70%의 책임을 인정했다. 피용자인 장씨가 투숙객을 고의로 살해하는 범행까지 예견하고 방지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항소심 법원은 A씨의 일실수입을 4억 9,6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이어 여기서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유족 측이 이미 받은 유족구조금 88,300,600원을 공제했다. 유족구조금은 범죄행위로 인한 손실 또는 손해를 전보하기 위하여 지급된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소극적 손해의 배상과 같은 종류의 금원이라고 본 것이다.

즉, 장씨의 손해배상액은 A씨의 일실수입 4억 9,600여만원에서 유족구조금을 공제한 후 여기에 A씨 본인에 대한 위자료 8,000만원을 더해 상속대상금액을 정한 후 원고들 각자의 상속분을 곱하고 원고들 각자의 위자료를 더해 상속인별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또 업주인 이씨에게는 A씨의 일실수입에 책임비율 70%를 곱한 3억 4,700여만원에서 유족구조금을 공제한 2억 5,900여만원에 A씨에 대한 위자료 8,000만원을 더해 원고들의 상속대상금액을 정한 후 상속분을 곱하고 원고들 각자의 위자료를 더해 상속인별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그러나 3월 9일 A씨의 부인과 아들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2022다228704)에서 범죄피해구조금이 다액채무자인 장씨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을 초과하지 않는 이상 전액 장씨가 단독 부담하는 부분에서만 공제하여야 하고, 과실상계가 적용된 사용자 이씨의 채무 부담부분에선 공제할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 이씨에 대한 손해배상액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구조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이 범죄자 본인에 대하여 고의의 불법행위를, 범죄자의 사용자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주장하며 공동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이 이들에게 공동하여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하되, 사용자에 대하여만 과실상계를 적용함으로써 더 적은 금액의 지급을 명하는 경우 구조피해자나 유족이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의한 범죄피해구조금을 받는다면, 위 구조금의 지급으로써 소멸하는 부분은 다액채무자인 범죄자 본인이 단독으로 부담하는 채무 부분"이라며 "이 경우 범죄자 본인과 사용자가 부담하는 채무는 금액이 서로 다른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는데, 손해배상금 일부의 지급을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에서 공제하는 것은 과실상계의 결과로 구조피해자나 유족이 다액채무자인 범죄가가 무자력일 때 그 위험까지 부담하게 되어 채권자로서 지위가 약화되므로 부진정연대채무의 성질에 반하고, 구조피해자나 유족이 국가로부터 소극적 손해배상의 일부에 불과한 범죄피해구조금을 수령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액채무자인 범죄자의 단독 부담 부분이 소멸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의사였다고 봄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국가가 범죄자의 무자력 위험을 부담하면서 범죄자로부터 충분한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피해자나 유족이 국가로부터 신속하고 간편하게 범죄피해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범죄피해자구조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유족구조금은 다액채무자인 피고 장씨가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에서 공제되어야 하고, 피고 이씨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손해배상액에서 구조금 공제를 긍정하여 이중배상은 방지하되, '피해자 보호'라는 사용자책임 및 부진정연대채무의 취지뿐만 아니라 국가가 범죄자의 무자력 위험을 부담하면서 구조피해자 또는 그 유족에게 구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신속 · 간편하게 범죄피해자를 구조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된 범죄피해자 구조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손해배상에 앞서 구조금을 먼저 받은 사람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함으로써 범죄피해자 보호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