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아파트 외벽 물청소하던 아르바이트 대학생 추락사…하도급업체 대표, 도급사 현장소장 유죄
[산업안전] 아파트 외벽 물청소하던 아르바이트 대학생 추락사…하도급업체 대표, 도급사 현장소장 유죄
  • 기사출고 2023.04.09 11: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남부지법] "하중 못 견딘 섬유로프 끊어져 참변…안전대 없이 작업"

서울남부지법 전범식 판사는 3월 22일 고층 아파트 외벽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추락사한 사고와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도급업체 대표 정 모(38)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도급사인 A사의 현장소장 서 모(62)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2022고단2223). 양벌규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사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는 2021년 9월 8일 오후 1시 30분쯤 대학생 C(22)씨 등 자신의 업체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달비계를 이용해 서울 구로구에 있는 아파트의 외벽 고압세척과 유리창 물청소 작업을 하게 했는데, 작업 중 섬유로프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단되어 C씨가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C씨는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C씨는 안전대 없이 작업했는데, 정씨는 C씨로 하여금 추락방지대가 포함된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지 않았고, 착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사고 후 옥상에서 발견된 추락방지대는 녹이 슬어 작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이에 앞서 서울 송파구에 있는 건설업체인 A사는 이 아파트의 내외부 균열보수와 재도장공사를 5억 9,290만원에 도급받아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정씨에게 위 공사 중 아파트 외벽 고압세척과 유리창 물청소를 2,000만원에 하도급주었다.

전 판사는 "정씨는 피해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로서 피해자로 하여금 달비계 작업 시 추락방지대가 포함된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고 해당 추락방지대를 구명줄에 연결토록 하며, 꼬임이 끊어지거나 심하게 손상되거나 부식된 섬유로프를 사용토록 하여서는 아니 되고 작업 시 해당 섬유로프가 위와 같은 손상 등의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할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으며, 서씨는 정씨에게 아파트 외벽 고압세척 및 유리창 물청소 작업을 하도급한 A사의 현장소장으로서 달비계 작업을 하는 피해자에게 꼬임이 끊어지거나 심하게 손상되거나 부식된 섬유로프를 사용토록 하여서는 아니 되고 작업 시 해당 섬유로프가 위와 같은 손상 등의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할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전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안전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정씨는 피해자가 추락방지대가 포함된 안전대를 착용하였는지, 추락 방지대를 구명줄에 연결하였는지, 작업 시 섬유로프가 손상 등의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로, 서씨는 피해자가 작업 시 사용한 섬유로프가 손상 등의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한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추락방지대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된 작업 등으로 손상된 섬유로프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밝혔다.

정씨는 "주의의무 위반이나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했다.

전 판사는 그러나 "피해자가 작업 중 파단된 작업용 로프(섬유로프)는 반복적인 마찰 또는 마모에 의하여 파단된 것으로 추정(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의 재해조사 의견서)되는데, 정씨는 작업용 로프의 점검을 근로자에게 맡겨 놓았을 뿐 작업용 로프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았고 근로자들로 하여금 이를 점검하도록 지시하거나 교육하는 것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추락방지대(사고 발생 후 옥상에서 발견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의 재해조사 의견서에 의하면 녹이 슬어 작동이 불편한 상태였다)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가 추락하였는데, 피고인은 추락 방지대의 착용이나 구명줄에의 체결을 개별 근로자에게 맡겨 놓았을 뿐 작업 시작 전 이를 확인하거나 인접하여 근무하는 근로자들로 하여금 상호 확인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작업 현장에서 평소에 위와 같은 작업용 로프의 점검, 추락방지대의 착용 및 체결 확인과 관련한 안전조치의무를 소홀히 하였고, 피해자가 추락하여 사망한 날에는 작업반장 등에게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채 코로나 백신 접종을 이유로 현장에 출근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정씨가 사업주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게을리 하였고, 그로 인해 근로자인 피해자가 작업 중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씨와 A사도 "파단된 작업용 로프가 손상의 위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해당하므로 산업안전보건법 63조 단서에 따라 도급인인 서씨, A사에 안전조치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 63조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 판사는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규정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달비계 작업시 작업용 로프의 상태를 확인하여 근로자의 추락 등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는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 도급인이 준수해야 할 안전조치의무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단서가 예시하고 있는 '보호구 착용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판사는 "피고인들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아르바이트로 로프공 일을 하던 대학생인 피해자가 사망하여 피고인들의 책임이 중하고, A사는 이미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2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