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야간에 도로에 누워있던 취객 치어 사망…과속했어도 운전자 무죄
[교통] 야간에 도로에 누워있던 취객 치어 사망…과속했어도 운전자 무죄
  • 기사출고 2023.04.0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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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제한속도 지켰어도 사고 회피 단정 어려워"

A씨는 2020년 11월 1일 오후 8시 54분쯤 에쿠스 승용차를 운전하여 대전시 대덕구에 있는 편도 1차로 도로를 시속 46.06㎞의 속도로 진행하다가 중앙선 부근에 술에 취해 누워있던 B(63)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로 기소됐다. 위 도로는 최고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된 도로다.

대전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진선 부장판사)는 그러나 3월 29일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2010도13381 판결 등)을 인용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사고에 대한 예측가능성 내지 회피가능성이 인정된다거나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1노1840).

재판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는 20:54경의 어두운 밤이었고, 사고지점의 도로에는 가로등이 있었으나, 위 도로 좌측 편은 아파트 신축공사를 위한 차단벽만이 들어서 있을 뿐이어서 비교적 어두웠으며, 위 도로 우측 편에는 상가, 주택 등이 있었지만 간판 · 조명이 켜지지 않은 곳이 많아 전반적으로 도로 주변이 상당히 어두워 전방의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피고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피고인 차량이 피해자를 충돌하기 직전에서야 비로소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은) 피해자의 어렴풋한 형체 내지 모습이 보인다. 위 블랙박스 영상에서 피해자의 모습이 확인되는 시점과 충돌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도 겨우 0.5~2초 이내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이에 비추어 보면, 주변이 어둡고 반대차선 차량의 전조등 불빛에 의한 시야 간섭이 있는 도로를 주행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사고지점에 매우 근접하거나 피해자를 역과하기 직전까지는 어두운 옷을 착용한 채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쉽사리 발견하거나 이를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사고지점 이전의 충분한 거리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고서 미리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30㎞이고, 피고인이 위 제한속도를 초과한 시속 46.06㎞의 속력으로 주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당시 도로 주변이 어두운 상황, 반대차선 차량의 전조등 불빛에 의한 시야 간섭 및 차량 주행에 따른 동체시력의 시야각 범위 축소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를 역과하기 직전에서야 뒤늦게 발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고, 조향 · 제동장치를 작동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사고 당시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하여 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도로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미리 발견하고서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