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일제때 종중원이 사정받은 토지, 종중이 소송냈으나 패소
[민사] 일제때 종중원이 사정받은 토지, 종중이 소송냈으나 패소
  • 기사출고 2023.04.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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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사정받은 사람이 원시취득…명의신탁 등 증거 없어"

종중원이 일제강점기에 사정받은 토지에 대해 종중이 명의신탁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종중에선 시조의 배우자의 분묘가 해당 토지 내에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점유취득시효로 인한 소유권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의 후손들을 구성원으로 하여 성립된 A종중의 종중원인 C는 일제강점기인 1913년 7월 15일 제주시에 있는 토지를 사정받았는데, 이 토지에는 A종중이 수호, 관리하는 B의 배우자의 분묘가 있다. C가 1928년 1월, C의 맏아들이 1959년 4월 각 사망함에 따라 C의 장손이 그 재산을 순차로 상속하였고, C의 장손과 그 아들 D가 각 사망한 이후 D의 부인이 2020년 12월 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A종중은 "종중이 명의를 신탁하여 종중원인 C가 해당 토지를 사정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D의 부인을 상대로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2021가단64414)을 냈다. A종중은 또 예비적으로 "1957년경 C의 맏아들로부터 이 토지를 증여받아 그때부터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점유함으로써 이 토지를 시효 취득했다"는 주장도 폈다.

제주지법 김희진 판사는 3월 14일 A종중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김 판사는 대법원 판결(98다13686)을 인용, "일제강점기에 임야조사령이나 토지조사령에 의하여 사정을 받은 사람은 소유권을 원시적, 창설적으로 취득하는 것이고, 타인에게 명의를 신탁하여 사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는 그 명의신탁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리고 어떤 토지가 종중의 소유인데 사정 당시 종원 또는 타인 명의로 신탁하여 사정받은 것이라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사정 당시 어느 정도의 유기적 조직을 가진 종중이 존재하였을 것과 사정 이전에 그 토지가 종중의 소유로 된 과정이나 내용이 증명되거나, 또는 여러 정황에 미루어 사정 이전부터 종중 소유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많은 간접자료가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자료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반대되는 사실의 자료가 많을 때에는 이를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 2001다76731 판결 참조)"고 밝혔다. 대법 2001다76731 판결은 또 "그 간접자료가 될 만한 정황으로서는 사정명의인과 종중의 관계, 사정명의인이 여러 사람인 경우에는 그들 상호 간의 관계, 한 사람인 경우에는 그 한 사람 명의로 사정받게 된 연유, 종중 소유의 다른 토지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사정 또는 등기관계, 사정된 토지의 규모 및 시조를 중심으로 한 종중 분묘의 설치 상태, 분묘수호와 봉제사의 실태, 토지의 관리 상태, 토지에 대한 수익이나 보상금의 수령 및 지출 관계, 제세공과금의 납부 관계, 등기필증의 소지 관계 등"을 들고 있다.

또 어느 임야에 종중에 속한 분묘가 설치되어 있고 전답이 그에 인접해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그 임야 및 전답이 종중 소유라고 단정할 수 없고(대법원 96다9560 판결 등 참조), 어느 토지가 종중과 관계있는 특정 분묘의 설치를 위한 묘산 또는 그 제사비용의 마련을 위한 위토 등으로 제공되는 경우에는 당해 종중이 직접 그 소유권을 취득하여 이를 종중재산으로 설정을 한 경우와 후손 중 어느 개인이 특별히 개인 소유의 토지를 묘산이나 위토로 설정하는 경우 등이 있으므로 묘산 또는 위토라는 사실만으로는 곧바로 이를 종중의 소유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95다5702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김 판사는 "C가 이 사건 토지를 사정을 받은 무렵 원고가 유기적 조직을 가지고 존재한 사실 및 원고가 토지의 소유자로서 C에게 사정명의를 신탁한 사실을 직접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결국 여러 간접자료를 살펴 사정 당시 원고가 종중으로서 존재하였고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지 여부 및 그와 반대되는 사실의 자료가 얼마나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가 토지를 명의신탁하였다고 주장하는 1913. 7. 15. 무렵 토지에 대한 권리를 타인에게 명의신탁할 수 있을 정도로 유기적 조직을 가진 종중으로서 존재하였다거나 C와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을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원고는 스스로 소장에서 '토지 사정 당시 종중 대표자를 따로 선출하지 않고 종손인 C가 종중을 대표하여 종중 업무를 주관하고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1991. 2. 1.경 비로소 명칭, 목적, 조직 등에 관한 회칙을 정하는 한편 대표자와 임원을 선출하여 단체로서의 체계를 갖추었는바, 1979년경부터 수지결산서가 작성되었다거나 1983년경부터 회의록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1913년경에도 고유한 의미의 종중으로 그 구성원들만으로 독자적인 종중회의를 개최하고 구성원들 상호 간의 친목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하였다거나 종중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사회적인 활동을 하여 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원고가 토지를 증여받았다고 주장하는 1957년경 토지에 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을 정도로 유기적 조직을 가진 종중으로서 존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C의 맏아들이 원고에게 토지를 증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 증거도 없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토지 중 일부에 설치된 분묘를 관리하면서 시제를 지내왔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토지 전체를 배타적으로 점유, 관리하였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이 사건 토지 중 분묘를 제외한 부분을 위토 등으로 점유, 관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가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취득시효 주장도 이유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