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경선의 변호사 후보들
美 민주당 경선의 변호사 후보들
  • 기사출고 2008.02.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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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변호사들 따라가 보면 美 대선 보인다"기부금 액수 오바마, 힐러리 순…에드워즈는 냉대
조금은 단조롭게 끝이 난 지난 해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와는 달리 미국의 대통령 선거 레이스는 다양한 후보들의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후보들 가운데 과연 누가 후보 지명을 받을 것인지, 그 선두 후보를 점치기조차 어려운 열띤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또는 여성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을 예고하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변호사 출신 대통령 후보

이런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에게는 재미있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2004년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서 존 케리와 팀을 이뤄 대선 레이스를 이끌었고 이제 대통령 후보로 나선 존 에드워즈까지 세 명의 민주당 후보가 모두 상원의원 출신이자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법조인들의 정치 참여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유례없는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세 사람이 모두 변호사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법조계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근 미국의 한 리서치 그룹이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100명의 기업 고문 변호사들(General Counsels)의 정치 자금 기부 행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 대선과 관련하여 기업 고문 변호사들의 선택은 버락 오바마로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기업 고문 변호사들은 공화당 보다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오바마에게 가장 많은 액수의 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힐러리가 따르고 있고, 정치에 입문하기 전 법정 소송 변호사로 명성을 날렸던 에드워즈는 기업 고문 변호사들로부터는 냉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거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 고문 변호사들은 왜 오바마를 선택하는 것일까? 우선 이는 기업 변호사들이 루키, 즉 신참 상원의원 · 정치인을 선호하는 경향으로부터 기인한다. 오바마는 2005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중앙 정치 무대에 입성하였다. 그와 같은 신임 상원의원의 경우 대부분이 온건하고 중도적인 성향을 띠며 특정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상황을 바로잡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 일에 편파적이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오바마는 반독점규제법(Antitrust Law)을 실행함에 있어서 기업의 비즈니스를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하는 등 기업 친화적이고 신중하면서도 실질적인 이상주의에 기반을 둔 법률 정책을 제시하고 있어 이러한 점에서 기업 고문 변호사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바마와 힐러리는 각각 하버드 로스쿨과 예일 로스쿨 시절 두각을 나타내며 다양한 정치 참여 활동과 지역 사회를 위한 활동을 벌였지만, 졸업 후 전형적인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고는 할 수 없다. 오바마나 힐러리의 경우 법조인으로서의 경력 보다는 그들에게 붙은 정치인으로서의 화려한 수식어가 훨씬 부각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에드워즈는 유명 법정변호사 출신



그러나 에드워즈는 미국에서 사회적으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주요 소송을 주도했던 뛰어난 법정변호사였다는 점에서 오바마나 힐러리와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에드워즈는 주로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 소송을 제기하여 막대한 금액의 판결 또는 합의를 이끌어 냈는데 그가 제기한 비슷한 종류의 의료과실 소송만 하더라도 최소 20건이 넘으며 그로 인해 획득한 판결과 합의금의 합계만 하더라도 미화 6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과실 소송 외에 에드워즈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던 소송으로 1997년 Sta-Rite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제조물책임에 관한 손해배상 소송을 들 수 있다. 이 소송에서 배심원단은 미화 2천5백만 달러라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사상 최고의 상해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의사와 병원, 기업들을 상대로 유례없는 판결을 받아내며 막대한 돈과 명성을 얻은 에드워즈의 변호사로서의 전적은 한편으로는 그의 정치 인생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당장 기업의 고문 변호사들로부터 에드워즈가 외면당하는 이유가 바로 변호사 시절 그가 미국 기업들을 맹렬히 공격했다는 사실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고문 변호사들이 어떤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가가 미국 대선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를 통해 현재 미국의 기업들이 주시하고 있는 이슈가 무엇인지를 추측하고, 기업들이 바라는 대통령의 요건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일 신문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세 명의 변호사 출신 대통령 후보와 그들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또 다른 축의 변호사들이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의 스토리는 미 대선을 한층 흥미진진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재미있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법무법인 바른 강북사무소(KIM, CHANG & LEE)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kimchangl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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