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하이브리드 변호사' 김희진 외국변호사
[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하이브리드 변호사' 김희진 외국변호사
  • 기사출고 2023.04.0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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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소속으로 사내변호사 업무 수행 인기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희진 외국변호사는 대륙아주에 합류하기 전 약 6년간 (주)STX, 대우건설,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돋보인다. 고객의 니즈를 잘 이해하고 고객 중심의 자문을 펼친다는 평. 대륙아주 에너지/인프라 그룹 소속으로, 국제 에너지, 인프라 사업의 개발 및 운영에 대한 자문, 국제거래, 해외투자 등에 관련된 업무를 많이 수행하는 가운데 특히 고객 기업을 상대로 계약서 검토 등의 자문을 제공하는 사내변호사 업무(Inhouse lawyering)를 수행,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우, LG에서 사내변호사 활동

로펌 변호사 일을 하면서 사내변호사 업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변호사'라고 부를 수 있는데 김 변호사에 따르면, 고객 기업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김 변호사를 만나 상당한 시장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는 로펌 변호사의 사내변호사 업무 수행의 여러 측면을 짚어보았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희진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희진 외국변호사

-로펌 변호사가 수행하는 사내변호사 업무란 어떤 것인가?

"로펌에 몸담고 있는 변호사는 고객 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사건별로 다양한 자문,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보통인데, 사내변호사 업무란 로펌에 있으면서 마치 의뢰인 회사의 인하우스 변호사와 같이 계약서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하면, 의뢰인의 내부 법무시스템, 법무포털에 직접 접속해, 그 회사의 법무팀 소속 변호사와 똑같은 방식으로 법무팀으로부터 업무를 배당받고 처리하는 방식이다. 로펌 변호사와 인하우스 변호사의 장점을 취하고, 마치 그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브리드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로펌에선 의뢰인 회사를 상대로 사건별로 자문을 제공할 수 있고 기간을 정해 법률고문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사내변호사 업무는 위 두 유형과 다른 것으로 이해된다. 기업 입장에서 로펌으로부터 사내변호사 용역을 제공받는 이점은 무엇인가?

법률고문 약정의 '개선된 버전'

"기존의 법률고문 약정에서 '개선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의뢰인 회사에서 로펌에 자문을 요청할 때 법무팀 담당자가 사업부로부터 받은 질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여 로펌 담당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게 보통인데, 로펌으로부터 사내변호사 자문을 제공받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선 법무팀이 사업부로부터 받은 질의 그대로 로펌 변호사에게 배정함으로써, 법무팀 변호사가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아 의뢰인 입장에서 대단히 효율적이다.

또 기존의 법률고문을 통한 자문의 경우 로펌 변호사가 계약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계약 체결 배경, 의뢰인이 원하는 바 등에 대해 법무팀 담당자에게 질의하고, 법무팀 담당자가 이를 다시 사업부에게 질의하여 확인한 후 로펌 변호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선 로펌 변호사가 사내변호사처럼 사업부서와 직접 통화하여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효율성이 극대화될 뿐 아니라, 사업부서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해당 계약과 거래에 대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사실관계의 확인 없이 가정적으로 의견을 낼 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사실관계와 의도를 파악하여 계약서를 검토해야 정확한 의견을 드릴 수 있고, 의뢰인 입장에서도 유의미한 검토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사내변호사처럼 일하는 로펌 변호사는 계약 검토뿐 아니라 그에 따른 의뢰인의 내부 규정, 예컨대 특정 상업적 조건에 대한 특수 조건의 해당 여부, 회사 내 유관부서와의 협업 여부, 계약 체결 품의 시 전결 규정 등에 대해 숙지한 후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의뢰인 입장에선 로펌 변호사에게 계약 검토부터 체결까지 턴키(turnkey) 방식으로 일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일종의 '버추얼 파견' 형태로 자문

현재 7~8개 회사를 상대로 사내변호사 자문을 제공하는 김 변호사에 따르면,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장 발달된 형태에선 직접 외부에서 VPN을 통해 의뢰인 회사 내 법무시스템에 접속해 법무팀 팀원과 동일한 권한을 부여받아 업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일종의 버추얼(virtual) 파견의 형태로 자문한다고 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아직은 외부인이 접속하여 내부 시스템을 열람할 수 있는 IT 보안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거나 사내 보안 이슈 등의 이유로 법률고문 약정의 경우처럼 이메일 등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호주의 명문대학인 뉴사우스웨일즈대(UNSW)에서 상거래(회계)와 법학을 전공하고 호주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사내변호사 업무 중에서도 영문계약서 검토 등 해외법무 관련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외부 로펌에 사내변호사 업무를 의뢰하는 걸 보면, 일선 기업들에 영문계약서 관련 자문 등 사내변호사 업무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 같다.

"요즈음 현실적으로 외국변호사 품귀 현상이 있고,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업무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계약서 체결 절차를 포함한 내부 통제는 더욱 철저해지면서 해외법무팀 소속 외국변호사들의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 로펌의 사내변호사 업무 수행은 법무팀 내부의 업무 로드를 줄일 수 있고, 법무팀 소속 인력은 프로젝트나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법무팀 내부 인력이 시간적으로 감당하기 곤란한 당장 긴급한 계약서 검토 건들은 나와 같은 외부 인력이 용병처럼 빠르게 처리해 드릴 수 있어 법무팀 소속 실무 변호사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외국에도 로펌에서 사내변호사 업무를 제공하는 이러한 시스템이 발달해 있나요?

"선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 밸런스와 관련되는 부분인데, 외부 로펌을 이용하는 데 따른 비용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그 돈으로 내부 채용을 하게 되고, 고용시장이 우리나라에 비해 경직되어 있지 않으니까 법무팀 인원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립이 된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용시장이 경직되어 있기도 하고 외부 로펌 같은 경우에는 편안하게 이용하다가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면 되니까 수요가 꾸준한 것 같다.

고용시장 경직된 한국, 수요 꾸준

사내변호사 자문을 제공하는 외부 로펌에 지급하는 고문료가 법무팀 소속 사내변호사 한 명의 연봉보다 훨씬 높은 경우에도 근로계약 해지나 법무팀의 정원 문제, 부대비용 등을 감안해 내부 채용보다는 외부 로펌 이용을 선택하기도 한다. 또 본사가 지방의 산업단지에 위치하고 있는 제조업체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사무실 위치가 서울이 아니다 보니 서울 근무를 선호하는 외국변호사의 채용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설령 채용하더라도 쉽게 이직해버리는 경우가 있어 외부의 로펌 인력이 중장기적으로 협업하는 것이 회사 차원에서 유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사정 등이 맞물려 사내변호사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법무팀 운영과 관련해서도, 법무팀 내부의 팀원들은 조금 더 성장 동력이 있는 프로젝트들에 투입하고 데일리 매니지먼트 같은 일은 좀 덜하게 하자는 취지도 있는 것 같다. 사내변호사들이 매일 반복되는 업무만 하다 보면 업무 중요도나 만족도가 떨어지니까, 이러한 업무를 외부 로펌으로 돌려 사내변호사의 이탈률을 줄이자는 것이다."

-김 변호사의 경우 화학, 바이오, 생활용품, 반도체, 첨단 소재, 에너지, 보험 등 다양한 업종의 회사를 상대로 사내변호사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로펌에서 사내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려면 산업별 전문성도 상당한 수준으로 갖춰야 할 것 같다.

기본적인 어프로치는 계약서 스킬

"물론 의뢰인 회사마다 산업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계약서를 검토해야 하고, 따라서 해당 업종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고도의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서가 아닌 국제거래에 대한 일반적인 계약서들에 대한 검토인 경우 결국 계약서 작성과 계약서에 대한 해석, 분석 스킬이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은 다르더라도 계약서는 결국 다 계약서인 거고, 이들 계약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가는, 물론 각 인더스트리의 언어를 참고하지만, 기본적인, 원천적인 어프로치는 계약서 스킬이라고 하겠다."

-영문계약서에 관한 자문을 주로 하더라도 자문하다 보면 한국법 이슈에 대한 자문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대륙아주의 에너지/인프라 그룹에 한국변호사도 있고, 또 필요하면 대륙아주의 관련팀 변호사가 투입되어 원스톱으로 자문을 제공해 의뢰인들이 좋아한다. 이런 부분도 외부 로펌 변호사에 사내변호사 업무를 맡기는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IT 상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인슈어테크 회사가 4년 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보험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과 관련해 도와준 적이 있는데, 당시 대륙아주 보험팀의 보험 변호사들이 투입되어 한국시장 론칭과 관련해 성공적으로 자문했다. 이후에도 해외법무에 관한 자문은 계속해서 내가 담당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의뢰인마다 수시로 계약서 검토 등의 업무가 적지 않다"며 "아마 지금까지 처리한 계약서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로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사내변호사 업무의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의뢰인 회사 입장에서 보면 프로젝트성 업무들은 워낙 다큐멘테이션이 잘 되어 있는 반면 매일 수시로 접하는 기존 거래선들과의 계약관계 등은 오히려 관리가 덜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업무를 로펌 한 군데에서 맡아 중장기적으로 관리해주고 컴플라이언스까지 해주는 사내변호사 업무 아웃소싱은 계속해서 필요하고 의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