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뇌혈관 조영술 부작용 어머니에게 설명했으면, 미성년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 이행으로 봐야"
[의료] "뇌혈관 조영술 부작용 어머니에게 설명했으면, 미성년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 이행으로 봐야"
  • 기사출고 2023.04.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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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서울대병원 상대 의료 손배소 파기환송

의사가 어머니에게 뇌혈관 조영술의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면 미성년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3월 9일, 2016년 서울대병원에서 뇌혈관 조영술을 받은 후 뇌경색이 발생한 A(서울대병원 내원 당시 11세 7개월)씨와 어머니 B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18925)에서 이같이 판시, A씨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해 "피고는 A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상고심에서 서울대병원을 대리했다.

B씨는 2016년 6월 17일 A씨의 모야모야병을 치료하기 위해 A씨와 함께 서울대병원을 찾았다가, 서울대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모야모야병 치료를 위한 간접 우회로 조성술 시행 전 검사로서 뇌혈관 조영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A씨는 6월 30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다음날인 7월 1일 오전 9시쯤부터 오전 10시 20분쯤까지 뇌혈관 조영술을 받은 후 병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후 A씨는 간헐적으로 경련 증상을 보였고, 뇌 MRI 촬영검사를 받은 결과 왼쪽 중대뇌동맥에 급성 뇌경색 소견이 보여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다. A씨는 7월 13일 간접 우회로 조성술을 받고 퇴원했으나 영구적인 오른쪽 편마비와 언어기능 저하가 후유장애로 남게 되었다. 이에 A씨와 어머니 B씨가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해 A씨에게 뇌경색이 발병하게 하였고 이로 인해 오른쪽 편마비와 언어기능 장애가 남게 되었다"며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A씨 모자는 또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뇌혈관 조영술의 부작용, 합병증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 원고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위자료 지급을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모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B씨에게만 뇌혈관 조영술에 관하여 설명했을 뿐 A씨 본인에게는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 서울대병원이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서울대병원이 A씨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먼저 "의료법 및 관계법령들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미성년자인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보호 아래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를 선택 · 승낙하는 상황이 많을 것인데, 이 경우 의사의 설명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이루어지고 미성년자인 환자는 설명 상황에 같이 있으면서 그 내용을 듣거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의료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전해 들음으로써 의료행위를 수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아직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는 언제나 의사가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미성년자와 유대관계가 있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설명이 전달되어 수용하게 하는 것이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서 더 바람직할 수 있고, 따라서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였다면, 그러한 설명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하여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전달됨으로써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경우처럼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에 관하여 설명하고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여야 하고, 이와 같이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설명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의 나이, 미성년자인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 갖고 있는 이해 정도에 맞추어 설명을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2016. 6. 30. B에게 이 사건 조영술에 관하여 설명하였고, B는 조영술 시술동의서에 환자의 대리인 또는 보호자로서 서명하였다고 인정하였다"며 "그렇다면 A는 B로부터 피고 병원 의료진의 설명 내용을 전해 듣고 조영술 시행을 수용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당시 B와 함께 피고 병원 의료진의 설명을 들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병원 의료진은 A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조영술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문제 삼아 A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려면 우선 A에게 의료행위의 의미를 이해하고 선택 · 승낙할 수 있는 결정능력이 있는지를 심리하여야 하고, A가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B에게 조영술에 관한 설명을 하였더라도 A에게 직접 설명하여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심리하였어야 했다"며 "그런데도 이러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A에게 직접 설명하였다는 사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A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