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현정은 회장,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 배상하라"
[상사] "현정은 회장,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3.04.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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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쉰들러가 낸 주주대표소송 최종 승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다국적 승강기업체이자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와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월 30일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가 "파생상품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입은 손실을 배상하라"며 현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를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의 상고심(2019다280481)에서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고, 한 전 대표는 현 회장과 연대하여 이중 19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앤장이 1심부터 쉰들러를 대리했다. 현 회장과 한 전 대표는 법무법인 광장과 세종이 1심부터 대리했으며, 상고심은 법무법인 KHL이 추가로 투입되어 함께 대리했다. 조현욱 변호사가 이끄는 더조은종합법률사무소도 상고심에서 현 회장을 대리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최대 주주로서 그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현대상선에 대한 적대적 인수 · 합병(M&A) 우려가 제기되자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2006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5개 금융사와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모두 10여건의 파생상품계약과 그중 일부에 관한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상대방이 계약기간 동안 현대상선 주식을 취득하여 보유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현대엘리베이터는 계약상대방에게 약정수수료를 지급하며, 만기 시와 계약 체결 시 현대증권 주가를 비교하여 차액을 정산하는 내용의 파생상품계약이었다. 그러나 계약 만기에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계약상대방에게 막대한 금액의 정산차손금을 물게 됐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였던 쉰들러가 "선관주의의무 또는 감시의무를 위반해 파생상품을 체결하여 현대엘리베이터에 수수료와 정산차손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현 회장 등을 상대로 현대엘리베이터에 그 손해를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파생상품계약에 대한 현 회장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다만, 현 회장의 책임은 50%, 한 전 대표의 책임은 10%로 각 제한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제3자와 계열회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하여 제3자로 하여금 계약 기간 동안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하는 경우, 이사는 그 계약 방식에 따르는 고유한 위험으로서 기초자산인 계열회사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및 규모, 소속 회사의 부담능력 등을 객관적 ·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그에 따라 파생상품계약의 규모나 내용을 적절하게 조정하여 소속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이나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피고들은 이 부분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나 손실위험성 등에 관하여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거나, 충분한 검토가 없었음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현대엘리베이터의 대표이사나 이사들은 해운업 경기나 현대상선 주가에 관한 부정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자료는 외면한 채 현대상선의 장래 현금흐름이 낙관적임을 전제로 현대엘리베이터가 평소 파생상품계약의 가치를 평가해오던 방식과는 다른 추정 방법에 따라 만기 시 주가가 계약 체결 시보다 훨씬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자료만을 바탕으로 이 부분 계약 체결의 타당성을 검토하였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원고의 소제기가 주주권 남용이라는 피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원심은, 원고가 2004년경부터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M&A를 시도해 오고 있다는 사정은 인정되나,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오로지 현대엘리베이터의 대표이사 또는 이사인 피고들을 압박하여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M&A를 용이하게 하려는 사익적 목적으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소제기가 주주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주권 남용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