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군사시설도 토지 과반수 공유지분권자 요구 있으면 철거해야"
[민사] "군사시설도 토지 과반수 공유지분권자 요구 있으면 철거해야"
  • 기사출고 2023.04.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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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국가에 패소 판결

벙커 등 군사시설이 있는 토지의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공유자의 요구가 있다면 국가가 군사시설을 철거하고 군사시설이 설치된 토지 부분을 인도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경기 파주시에 있는 임야 9,918㎡의 5,047/6,06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임야의 2/6,06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가 임야 9,918㎡ 중 약 8.7%에 해당하는 865㎡에 벙커 등 군사시설을 설치 · 운용하고 있다. 이에 A씨가 "국가가 직접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군사시설이 토지 전체에 산재해 있어 국가가 토지 전부를 점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토지의 무단점유로 얻은 이득 중 A씨의 지분에 상응하는 금액의 반환과 군사시설의 철거와 사용중지, 토지 인도를 요구하는 소송(2021가단5136290)을 냈다. 

국방시설본부 경기북부시설단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이 토지가 위치한 지역은 전시와 평시 임무를 위한 군사적 요충지로서 국가는 해당 지역에서의 방어 임무를 위해 벙커 등 군사시설을 설치 · 운용하고 있다. 또 이 군사시설은 작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연 2회 유지와 보수를 하고 있고 계획에 따라 훈련과 작전 임무 수행을 하고 있으며, 국가가 장래에 이 군사시설을 철거할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장성학 판사는 3월 10일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는 A씨에게 부당이득 중 원고 지분에 상당하는 임료상당액 등 6,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각 토지 부분에 설치된 군사시설의 사용금지와 철거, 원고 앞으로의 해당 토지의 인도도 명했다. 법무법인 창천이 A씨를 대리했다.

장 판사는 먼저 "이 사건 군사시설은 이 사건 토지 전체에 골고루 산재하여 있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하여 토지 전체가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원고가 토지를 이용함에 상당한 제한이 존재한다"며 "비록 피고가 직접적으로 군사시설을 설치하여 점유하는 면적이 865㎡(전체 면적의 8.7%)라 하더라도 피고는 토지 전체를 점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장 판사는 또 대법원 판결(88다카33855 등)을 인용, "부동산에 관하여 과반수 공유지분을 가진 자는 공유자 사이에 공유물의 관리방법에 관하여 협의가 미리 없었다 하더라도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어 공유토지를 배타적으로 사용 · 수익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다른 소수 지분권자를 상대로 방해배제 및 인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2/6,060 지분권자에 불과함에도 토지 전체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5,047/6,060의 지분을 보유하여 과반수 이상의 공유지분권자인 원고는 공유물의 보존 · 관리행위로서 피고에게 군사시설의 철거 및 군사시설이 설치된 각 토지 부분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장래에도 군사시설을 철거할 계획이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군사시설의 사용금지 또한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고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9조 1항 9호에 따라 A가 군사시설의 사용중지를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9조 1항 9호는 "누구든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안에서 군사시설 또는 군용항공기를 손괴하거나 그 기능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 판사는 그러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9조 제1항 제9호가 법원의 판결까지 금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