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난민인정 판결 받은 이란인에 '불법 입국' 형 면제 확정
[형사] 난민인정 판결 받은 이란인에 '불법 입국' 형 면제 확정
  • 기사출고 2023.04.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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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난민협약 31조 1호 적용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3월 13일 불법입국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1심 선고 후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란인 A씨에 대한 상고심(2021도3652)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형 면제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6년 1월경 브로커에게 미화 4,700 달러를 주면서 한국에 갈 수 있도록 사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이후 이 브로커는 서울 강동구에서 원단도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통해 "구입할 원단을 보러 가고 싶은데, 사증을 받을 수 있도록 초청장 등을 보내달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원단도매 무역회사 운영자로부터 초청장을 교부받아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2016년 1월 6일경 이란 테헤란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단기상용사증(C-3)을 신청하면서, 사증 발급 담당공무원에게 위 원단도매 무역회사에서 A씨를 사업 목적으로 초청한다는 취지로 허위 작성된 초청장 등 사증 발급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사증을 부정하게 발급받아 단기방문(C-3) 체류자격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A씨는 이후 서울출입국 · 외국인청장에 난민인정을 신청하였으나 2017년 8월 불인정결정을 받자 소송을 내 2019년 8월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기독료 개종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외국인으로서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에 정한 난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난민인정 판결을 받아 2020년 11월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그러나 난민인정판결을 받기 전인 2018년 7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같은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항소심에서 난민인정 판결을 받은 난민이므로 형이 면제되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 31조 1호는 "체약국은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제1조의 의미에 있어서 위협되고 있는 영역으로부터 직접 온 난민으로서 허가 없이 그 영역에 입국하거나 또는 그 영역 내에 있는 자에 대하여 불법으로 입국하거나 또는 불법으로 있는 것을 이유로 형벌을 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그 난민이 지체 없이 당국에 출두하고 또한 불법으로 입국하거나 또는 불법으로 있는 것에 대한 상당한 이유를 제시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난민협약이 기본적으로 법률과 동일한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점에다가 위 조항이 체약국에 구체적인 요건을 충족한 난민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지 아니할 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점을 더하여 보면, 위 조항은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이를 비준한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 형 면제의 근거조항이 된다"고 전제하고, "이때 형 면제 대상이 되는 '불법으로 입국하는 것'이란 출입국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입국 행위 및 이와 직접적 · 불가분적으로 관련된 행위로서 국가의 출입국관리업무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입국허가 · 사증 등을 받지 아니한 채 불법적으로 입국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국허가 · 사증 등을 받아 입국함으로써 해당 절차 관련 출입국관리법 위반죄를 구성하는 행위는 물론 이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형법상 범죄행위도 이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이란 국적의 피고인이 사실은 대한민국에 입국 후 난민신청을 할 계획이었음에도 사업 목적으로 초청된 것처럼 가장하여 사증을 발급받아 위계로 대한민국 대사관 소속 사증발급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거짓으로 사증을 신청하여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2016. 3. 3. 입국 후 곧바로 출입국사무소에 난민인정신청을 하였던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은 사유가 인정되어 난민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는 등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으로 난민협약 제31조 제1호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이유로, 난민협약 제31조 제1호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3호, 제7조의2 제2호 및 형법 제137조에서 정한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난민협약 제31조 제1호, 형의 면제 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