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자녀 상속포기시 배우자만 상속…손자는 빚 갚을 책임 없어"
[상속] "자녀 상속포기시 배우자만 상속…손자는 빚 갚을 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23.03.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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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기존 판례 변경

사망한 채무자가 남긴 빚에 대해 자녀들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므로 채무자의 손자녀는 그 빚을 갚을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있으면 배우자가 그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본 기존 판례(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3월 23일 이같이 판시, 숨진 A씨의 손자녀 4명이 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낸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신청인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그42).

서울보증보험은 A씨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 2011년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A씨가 2015년 사망하자, A씨의 아내는 상속한정승인을 하였고 자녀 4명은 모두 상속포기를 했다. A씨의 손자녀인 신청인들은 당시 18세 또는 10세였다. 그러자 서울보증보험이, 확정판결을 받은 A씨의 채무가 A씨의 손자녀인 신청인들과 A씨의 아내에게 공동상속되었다는 이유로 2020년에 신청인들을 상대로 위 확정판결에 대해 승계집행문 부여를 신청해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았다. 이에 신청인들이 자신들은 할아버지(A)의 상속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를 신청했으나 1심에서 기각되자, 대법원에 특별항고했다.

대법원은 "민법 제1043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그 사람의 상속분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때의 '다른 상속인'에는 배우자도 포함되며, 따라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들이 상속분은 배우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그럼에도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였다는 이유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위와 같은 당사자들의 기대나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A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였으므로 배우자만이 단독상속인이 된다"며 "그런데도 A의 배우자와 손자녀인 신청인들이 공동상속인이라는 이유로 승계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한 원심의 조치에는 신청인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판을 통하여 재산권을 보장받아야 할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종래 판례에 따라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었더라도 그 이후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다시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실무례가 많이 발견된다"며 "이는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가 된 것으로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