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하수급업체 근로자에 상해 입힌 굴삭기 임대업자에 산재보험급여 구상금 청구 가능"
[산재] "하수급업체 근로자에 상해 입힌 굴삭기 임대업자에 산재보험급여 구상금 청구 가능"
  • 기사출고 2023.04.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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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산재보험법상 '제3자' 해당"

건설기계 임대업자인 A씨는 2019년 3월 B사와 굴삭기 운전자 포함을 조건으로 한 건설장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 계약에 따라 자신이 직접 굴삭기를 운전하면서 B사의 지시에 따라 경기 양평군에 있는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 토목공사 현장에서 굴착작업을 진행했다. B사는 이에 앞서 이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 중 토목공사를 하도급 받았다.

B사는 2019년 6월 5일 A씨의 굴삭기를 포함한 굴삭기 2대를 투입해 이 공사현장의 지하 9m 바닥 부분에서 토사 굴착과 정지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같은날 12:00쯤 B사 근로자 C씨가 지하 바닥 정리작업을 위해 다른 굴삭기에 작업을 지시하며 뒷걸음 질로 약 2m 가량 뒤로 물러나던 중 A씨가 운전하던 굴삭기가 후진하면서 C씨를 보지 못하고 충격해 굴삭기 궤도에 C씨의 다리가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전 C씨는 다른 굴삭기의 우측에 서서 작업지시를 하던 중 이 굴삭기가 작업방향을 변경하기 위해 작업대(디퍼, dipper)를 우회전함에 따라 뒷걸음질로 약 2m 가량 뒤로 물러나면서 A씨의 굴삭기의 후방 부분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때마침 굴삭기 운전자인 A씨가 신호수와의 신호를 통해 후진하여도 안전한 상황인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신호수의 후진 신호가 없었음에도 임의로 굴삭기를 후진시킴에 따라 사고가 난 것이다. 이 사고로 오른쪽 절구 골절, 왼쪽 내측쐐기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C씨는 치료를 위해 2019년 11월 5일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2020년 3월 10일까지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요양을 했고, 요양 종료 후 산재 장해등급 12급에 상당하는 장해를 입었다. 이에 이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고 C씨에게 보험급여로 합계 8,700여만원을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이 대한건설기계협회와 A씨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2022가단5139067)을 냈다. 대한건설기계협회는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의 원수급인과 A씨의 굴삭기에 대해 건설기계업자배상책임 공제계약을 체결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87조 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인한 재해로 인하여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2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 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 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들은 재판에서 "A씨가 굴삭기를 운행한 것은 그 형식은 임대차계약이나 실질은 도급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A씨는 산재보험법 87조 1항 본문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산재보험법 87조 1항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는 피고들에게 산재보험법 87조 1항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그러나 2월 14일 "A는 산재보험법 87조 1항 본문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산재보험법 87조 1항 단서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며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2,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A가 임대계약의 내용에 따라 임차인인 B사의 지시를 받아 굴삭기를 운전하여 작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B사로부터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A는 건설기계대여업을 운영하며 굴삭기를 전적으로 사용 및 관리해오던 사업주체로서 B사에 굴삭기를 임대함에 따라 그 임대차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게 된 것이므로 원수급인이나 B사에 소속된 근로자라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공사현장에 대한 산재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 ·  간접적으로 피해자인 C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구상권의 구체적 범위와 관련, "원고는 요양급여(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와 적극적 손해액을, 휴업급여(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와 요양기간 중의 소극적 손해액을, 장해급여(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와 요양기간 이후의 소극적 손해액을 각 비교하여, 그 중 적은 금액에서 각 손해액 중 보험 가입자인 원수급인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구상할 수 있다"며 구상금액을 2,400여만원으로 정했다.

김 판사는 이에 앞서 "사고는 굴삭기의 운전자인 피고 A가 굴삭기를 후진시키려면 직접 후방의 상황을 확인하거나 신호수와의 의견교환을 통해 후진하여도 안전한 상태인지를 확인받고 신호수의 신호에 따라 후진하였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피고 A는 사고로 부상을 입은 C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고, 피고 협회는 굴삭기에 대한 공제사업자로서 피고 A와 연대하여 사고로 인하여 C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C의 과실을 참작해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