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대출알선업체에 대출금 떠넘긴 계약 무효"
[민사] "대출알선업체에 대출금 떠넘긴 계약 무효"
  • 기사출고 2023.04.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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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민법 103조 위반"…엠캐피탈에 패소 판결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면 대출을 알선한 업체가 대출금을 떠안게 한 계약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라는 것이다.

A사는 2014년 12월 A사가 엠캐피탈(변경 전 효성캐피탈)에 수산물담보대출상품 등의 이용자를 알선하되 엠캐피탈은 A사에게 대출업무 중 일부를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엠캐피탈과 맺었다. 계약에 따르면, 엠캐피탈이 A사에 위탁하는 업무에는 '엠캐피탈의 요청에 의한 담보 검수와 처분', '창고 보관 수량의 확인과 보관 물품에 대한 담보평가'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엠캐피탈은 2015년 1월 9일부터 2016년 12월 22일까지 A사의 알선에 따라 6개 업체와 각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A사는 엠캐피탈의 요구에 따라 각 대출약정에 관한 여신거래약정서의 연대보증인 란에 기명 · 날인까지 했다. A사는 또 엠캐피탈과 맺은 계약에 따라 각 대출약정의 담보물을 평가한 후 엠캐피탈에 '창고 물품 심사와 보증서'를 작성 · 제출했는데, 그 내용에는 '본 담보물의 심사는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따랐으며, 이를 담보로 취급함에 있어 A사는 연대입보 의무를 다하고, 채무자가 기한의 이익을 상실할 경우 본 심사를 담당한 A사는 본 건을 담보로 한 대출금액을 상환하고 매입할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문구가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후 각 대출약정의 이용자들이 엠캐피탈에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엠캐피탈이 A사의 위 여신거래약정서상의 연대보증, 창고 물품 심사와 보증서(이 사건 보증 등 약정)를 근거로 A사에 각 대출원리금의 대위변제, 담보물의 인수를 요구, A사가 대출원금 · 이자 합계 약 10억 7,300만원을 대위변제하고, 창고보관료로 약 1억 5,800만원을 지급했다.

A사는 그러나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은 민법 103조 등에 따라 무효"라며 엠캐피탈을 상대로 대위변제원리금과 창고보관료에서 A사가 담보물을 처분함으로써 얻은 약 6억 3,3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5억 9,800여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A사는 2014년 12월경부터 2016년 5월경까지 엠캐피탈로부터 각 대출약정과 관련하여 엠캐피탈과 맺은 계약에 따라 대출실행금액의 0.5% 또는 0.8%에 해당하는 수수료로 합계 약 1억 8,600만원을 지급받았다. A사가 엠캐피탈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는 엠캐피탈이 대출 이용자로부터 이자 외에 대출금액의 1%를 별도로 지급받아 그 중 일부를 지급한 것인데, 엠캐피탈이 2016년 5월경 이용자로부터 대출금액의 1%를 별도로 지급받는 것을 폐지함에 따라 그 이후에는 A사에 대출실행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월 23일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이 민법 10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시, A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2다287383). 최형석 변호사가 1심부터 A사를 대리했다. 엠캐피탈은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계약 제4조 제1항에서 정한 '창고 보관 수량 및 보관 물품에 대한 담보평가' 업무의 수행 과정에 원고의 고의 · 과실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용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기만 하면 무조건 이용자의 대출금을 대위변제할 의무는 물론 그 담보에 대한 매입 의무까지 부담하게 하였다"며 "즉,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라 각 대출 약정의 당사자인 이용자를 알선할 의무만 부담할 뿐 각 대출약정의 체결 여부와 그 내용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피고에 대하여 대출 이용자 알선 행위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용자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연대보증채무 · 대위변제의무 · 담보매입의무까지 사실상 강제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결국 피고는 원고와 맺은 계약으로 원고의 알선 및 위탁업무 수행과정의 고의 ·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정하였음에도,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을 통하여 원고의 알선을 통해 체결된 대출약정에 관하여 이용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에 관계없이 원고에게 모든 책임 · 위험을 전가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으로 이하여 원고가 부담하게 된 의무의 내용 · 실질이 계약에서 정한 것과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각 대출약정에 관하여 이용자의 기한의 이익이 상실됨에 따른 위험은 대출업자인 피고가 부담하여야 함에도 이를 사실상 대출 알선자에 불과한 원고에게 부담하도록 한 것이어서, 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달리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을 통하여 원고는 부당하게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 반면 피고는 부당하게 과도한 이득을 얻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가 각 대출약정의 체결 및 대출실행에 따라 원고에게 지급한 수수료는 모두 그 이용자로부터 별도로 징수한 '대출금액의 1%에 해당하는 돈'의 일부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피고가 알선 행위에 대한 대가조차 부담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원고 · 피고 사이의 거래관계가 위와 같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역할 · 권리의무의 내용에다가 계약 체결 직전에 원고가 설립된 반면 피고는 그 당시 이미 약 17년 정도 존속된 상태였던 점은 물론 자본금만 보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약 4,500배에 달하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회사의 존속기간 · 경제력 등 전반에 현격한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하여 피고가 원고에 비해 상당히 우월한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하고, "이 사건 보증 등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