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스토킹 접근금지 잠정조치 만료됐어도 재발 우려 있으면 다시 잠정조치 가능"
[형사] "스토킹 접근금지 잠정조치 만료됐어도 재발 우려 있으면 다시 잠정조치 가능"
  • 기사출고 2023.03.1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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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허용 안 되면 잠정조치 위해 새로운 스토킹범죄 요구하는 결과"

스토킹 행위자에게 내려진 접근금지 잠정조치 기간이 만료되었더라도 스토킹범죄 재발 우려 등이 있다면 동일한 스토킹범죄사실을 이유로 다시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월 23일 잠정조치 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2022모2092)에서 이같이 판시, 검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22년 7월 스토킹 혐의를 받는 A씨에게 기간이 9월 3일까지인 접근금지 잠정조치 결정이 내려졌다. 검사는 접근금지 기간이 만료된 후인 같은해 9월 8일 A씨에 대해 다시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내려달라고 대구지법에 청구했으나, 1심과 항고심 재판부가 종전 잠정조치 결정과 동일한 스토킹범죄를 이유로 다시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만을 들어 청구를 기각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두 번째 잠정조치 청구서의 '범죄사실'은 종전 잠정조치 청구 당시 범죄사실과 동일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스토킹행위는 행위자가 감정이 해소되기 전에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고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시간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각해지는 경향과 강력 범죄로 비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행위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스토킹범죄를 구별하면서 스토킹행위 단계에서부터 사법경찰관의 응급조치(제3조)와 긴급응급조치(제4조)를 통해 스토킹행위의 상대방을 보호하려는 것도 이러한 스토킹행위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범죄 단계에서의 임시조치로서 잠정조치에 관하여 검사는 스토킹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직권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라 법원에 제9조 제1항 각 호의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고(제8조 제1항), 법원은 스토킹범죄의 원활한 조사 · 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스토킹행위자에게 접근금지 등 일정한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제9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9조 제1항 제2호(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및 제3호(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에 따른 잠정조치기간은 2개월을 초과할 수 없으며, 다만, 검사는 수사 또는 공판과정에서 잠정조치가 계속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원에 해당 잠정조치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고(제11조 제2항), 법원은 직권 또는 위와 같은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위 각 접근금지 잠정조치에 대하여 두 차례에 한정하여 각 2개월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제9조 제5항, 제11조 제3항 참조).

대법원은 "스토킹처벌법의 입법 목적, 스토킹처벌법의 규정 체계, 스토킹행위와 스토킹범죄의 특성, 스토킹처벌법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하면,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에 관한 규정은, ①기간이 정하여져 있으나 연장이 가능한 접근금지 잠정조치(스토킹처벌법 제9조 제1항 제2호의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제3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결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의 연장결정 없이 기간이 만료되면 효력을 상실하고, 그 이후에는 해당 잠정조치 기간을 연장하는 결정을 할 수 없다. ②그러나 검사는 기간이 만료된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청구했을 때와 동일한 스토킹범죄사실과 스토킹범죄 재발 우려를 이유로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다시 새로운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고, 법원도 제9조 제1항에 의하여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다시 새로운 접근금지 잠정조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고 전제하고, "다만, 접근금지 잠정조치 기간 연장과의 균형을 위해 기존에 내려진 잠정조치 결정 당시 스토킹범죄사실과 동일한 스토킹범죄사실만을 이유로 한 새로운 접근금지 잠정조치 결정은 각 2개월의 범위에서 두 차례에 한정해서만 추가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스토킹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고,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새로운 잠정조치를 명할 필요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심리 ·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접근금지 잠정조치 기간이 만료된 후 새로운 스토킹범죄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스토킹행위자가 제3자에게 추가 스토킹범죄를 예고하는 등 스토킹처벌법에 열거된 5가지 행위 유형에 속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하거나 스토킹범죄 단계에 이르지 않는 스토킹행위를 하는 등 스토킹범죄 이후 정황으로 스토킹범죄가 재발될 우려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접근금지 잠정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바, 이 경우 접근금지 잠정조치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잠정조치를 위해 새로운 스토킹범죄가 발생하기를 기다리도록 요구하는 결과에 이르므로 스토킹범죄의 특성과 잠정조치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형사소송법에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재구속 또는 재체포를 제한하는 명문의 규정(제208조, 제214조의3 참조)이 있으나 스토킹처벌법의 잠정조치에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재(再) 잠정조치를 제한하는 규정이 따로 없는 이상, 기존 잠정조치 이후 새로운 스토킹범죄가 없더라도 스토킹범죄 재발 우려와 피해자 보호 필요성 등 스토킹처벌법 제8조 제1항, 제9조 제1항의 잠정조치 요건을 충족한다면 새로운 접근금지 잠정조치도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종전 잠정조치 결정과 동일한 스토킹범죄를 이유로 다시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스토킹처벌법 제8조 제1항, 제9조 제1항을 위반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