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입소 엿새 뒤 사망…국가 배상책임 50%"
[손배]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입소 엿새 뒤 사망…국가 배상책임 50%"
  • 기사출고 2023.03.0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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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기본적인 모니터링 등 불이행"

코로나19 확산 당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가 엿새 후 숨진 환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A(사망 당시 63세)씨는 2021년 8월 11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다음날인 12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생활치료 센터에 입소했다. A씨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당시 기록한 문진 정보에 의하면, A씨는 환자용 앱으로 문진 작성이 불가능하고, 기저질환은 없으며, 입소 당시 기침, 콧물 또는 코 막힘의 증상이 있었다. 당시 입소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서 지내는 동안 각 호실 외에 복도나 실외 등 바깥출입이 금지되었고, 보호자 등 방문객과의 면회가 금지되었다.

A씨의 딸도 8월 1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다음날 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A씨의 딸은 8월 18일 A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확인을 요청했고, 같은날 12:55경 생활치료센터 근무자가 A씨가 있던 호실 문 앞에 아침식사가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을 발견, 문을 두드렸는데 인기척이 없자 행정상황실에 이를 알렸다. 13:38경 경찰행정직원이 도착해 방문을 개방하였고, A씨는 사망한 채로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후 '기도도찰물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이고, 폐 실질에서 광범위한 유리질막 형성이 확인되어 코로나19에 의해 폐렴이 발생하였다고 추정되며, 폐렴이 급성 당뇨합병증을 촉발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어 폐렴과 폐렴에 의해 촉발된 급성 당뇨합병증이 폐렴과 함께 사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감정의견을 내놓았다. 

A씨의 부인, 딸을 포함한 세 자녀는 "국가가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적절한 관리와 치료 등의 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2022가합504373)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정재희 부장판사)는 2월 10일 "생활치료센터의 의료진은 피고 소속 공무원 또는 피고로부터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으로서 A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하여 A가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는 A와 그 유족들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50% 인정, "국가는 위자료 7,000만원 포함 1억 600여만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는 입소 당시 문진에서 환자용 앱으로 문진 작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므로,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은 전화 확인 등의 방법으로 오전, 오후 하루에 최소 2회 A의 건강상태와 증상 등을 확인하여야 함에도 위와 같이 확인하지 아니하였다. A의 통화 내역에 의하면, 8월 17일을 제외하고 A와 생활치료센터 의료진 사이에는 오전과 오후 최소 2회 이상 통화가 이루어진 날이 없고, 통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날도 있으며, 대부분 A가 먼저 의료문의번호로 전화를 걸어 통화가 이루어졌다. 의료진실에서 A에게 전화를 건 내역은 입소 당일과 2021년 8월 13일 오후 5시경 의료문의번호로 발신 연결이 실패한 이후 이루어진 8월 13일 저녁 시간대의 내역뿐이다. 더군다나 A는 사망한 채로 발견된 8월 18일 하루 전날인 8월 17일 오전과 오후에 2회 의료진실과 통화를 하고 20:27경 다시 의료진실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였는데, 다음날 오전에는 통화 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코로나19 감염증의 경우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바, 적시에 적절한 대응과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전과 오후 최소 2회 건강상태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A는 환자로서 피고에 의해 격리된 상태에 있었고, 60세 이상으로 고령이었음에도,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은 위와 같이 A의 건강상태와 증상 등을 하루에 2회 이상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그 결과 A의 폐렴 등의 증상이 발현된 시기에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활치료센터에서 A의 건강상태에 대한 기록과 모니터링 등 기본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A의 경우 1인 1실로 격리되어 있었는데, 1인 1실로 격리된 환자의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공권력을 행사하여 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키고 외부로부터 격리시킨 이상 피고는 입소자에 대하여 더 무거운 보호의무와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인데, 피고는 운영 지침상 기본적인 모니터링 등을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달리 피고에게 A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와 같이 생활치료센터의 의료진이 A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A기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A의 질병이 악화되었고, A가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위 과실과 A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고 밝혔다. 피고는 의료진이 운영지침 등을 모두 준수하였더라도 A가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A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A가 코로가19에 감염되어 코로나19에 의한 폐렴과 폐렴에 의해 촉발된 급성 당뇨합병증이 A가 사망한 주된 원인이라 하더라도,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A의 질병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이상 그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어 증명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의 사망 경위와 내용, 국가의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 A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정이 A의 사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점 등을 참작, 국가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