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한밤중 자동차전용도로 갓길에 술 취한 승객 내려줬다가 사망…업무상 과실치사 유죄
[교통] 한밤중 자동차전용도로 갓길에 술 취한 승객 내려줬다가 사망…업무상 과실치사 유죄
  • 기사출고 2023.02.15 18: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고법] "승객의 비정상적인 요구 받아들여선 안 돼"

소나타 택시를 운전하는 택시기사 A(69)씨는 2019년 4월 19일 오전 0시쯤 울주군 청량읍에 있는 자동차전용도로 갓길 부근에 이르러 술에 취한 손님 B(27)씨가 하차를 요구하면서 달리는 택시의 차량 문을 잡아당기는 등의 행동을 하자 갓길에 택시를 세워 B씨를 내려주고 B씨에 대한 동태를 관찰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가버려, B씨가 약 30분간 방향감각을 잃고 자동차전용도로를 헤매다가 같은 날 오전 0시 30분쯤 하차지점으로부터 약 600m 떨어진 자동차전용도로 2차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스포티지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부산고법 울산제1형사부(재판장 박해빈 부장판사)는 2월 8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 원심을 깨고,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2021노22).

재판부는 "피고인이 택시를 운전하여 진입한 그곳은 자동차전용도로로 자동차만 통행하는 곳으로서 사람의 통행이 불가능하고 도로구조상 걸어서는 쉽게 그 밖으로 나갈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는 자정에 가까운 야간이고 가로등이나 다른 불빛이 없어 시야가 매우 불량하였으며 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지적하고, "택시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자동차전용도로에 보행자가 출입하거나 통행하여서는 안 되고, 승객이 비정상적으로 자동차전용도로에 하차를 요구할 경우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술에 취한 승객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여 부득이 자동차전용도로상에서 정차하고, 그 승객이 택시에서 하차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피해자의 동태를 제대로 살펴서 피해자가 자동차 전용도로를 배회하다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자신의 승객인 피해자를 자동차전용도로에 놓아두고 피해자에 대한 동태를 관찰하지 않은 채 그 현장을 이탈한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고도의 몸통 손상 등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승객으로 태운 택시기사로서 피해자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피해자를 보호하고 그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인데,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비정상적으로 하차 요구를 하면서 자동차전용도로의 갓길에 하차함으로써 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였는데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그 현장을 이탈하였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는 위 자동차전용도로를 과속으로 지나던 차량에 치여 사망하였다"고 지적하고, "그와 같은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는 매우 무거워 보이며,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범행의 죄질이 무겁고, 비난가능성도 높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