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대구시 서구에 건축면적 383.74㎡, 연면적 632.7㎡ 규모의 동물장묘시설 1동을 신축하기 위해 2017년 3월 서구청에 개발행위허가신청 등이 포함된 복합민원 형태의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서구청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A씨에게 '①개발행위(토지형질변경) 및 농지전용허가신청에 대하여 불허가되었으므로 부결사유를 보완하고, ②지상권자의 토지사용승낙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토지사용승낙서와 건축물의 배치 및 차폐계획 등의 내용이 담긴 부결사유 보완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구청이 'A씨가 기간 내에 민원문서를 보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축허가신청을 반려(선행 반려처분), A씨가 대구지법에 선행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구지법이 '피고로서는 원고가 보완한 민원문서를 종합하여 신청이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실질적으로 심사하여 적정한 처분을 하였어야 함에도 민원처리법 시행령 제25조에 따라 신청을 반려한 것은 위법하다'는 등의 이유로 선행 반려처분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해 2018년 8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서구청은 그러나 선행 확정판결 이후 2018년 9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A씨에게 환경성 검토에 대한 객관적 분석자료,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의 진입도로 확보와 관련된 사항 등을 보완하는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서구청이 선행 확정판결에 따른 재처분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2018년 12월 법원에 재처분의 이행을 구하는 취지의 간접강제를 신청, 대구고법이 '서구청은 A씨에게 이 사건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할 때까지 매일 10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결정, 2019년 4월 3일 그대로 확정되었다.
서구청은 간접강제 확정 7일 후인 4월 10일 '진입도로 확보와 관련한 자료 불충분', '학교와 동물장묘시설과의 거리제한 규정과 관련하여 입지의 적정성 기준에 부합하지 아니함'의 이유로 다시 건축허가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A씨가 다시 서구청장을 상대로 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내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2019누5237).
서구청이 근거로 든 개발행위허가운영지침에 따르면, 개발행위규모가 5,000㎡ 미만인 경우 진입도로의 폭이 4m 이상으로서 개발행위규모에 따른 교통량을 고려하여 적정 폭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차량교행이 가능한 소방도로에서 이 사건 신청지로 들어가는 약 1㎞ 정도의 진입도로에 폭 4m에 미달하는 지점이 다섯 곳 있고 그 각 지점의 도로 폭은 약 3.2m 내지 3.8m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진입도로는 지동차보행자겸용도로로서 자동차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해야 하므로 최소 4m 이상의 도로폭이 확보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진입도로의 1시간당 진출입차량이 현재 평균 1.45대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대구 및 경북지역의 반려동물 수가 약 73만 마리로 추정되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신청이 허가되어 동물장묘시설이 운영된다면 교통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신청지 남쪽으로 직선거리 200m 이내에 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신청에 따라 건축물을 신축한다고 하더라도 동물장묘업 등록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건축허가뿐만 아니라 개발행위허가도 겸하는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 개발행위 요건인 입지의 적정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유를 들어 불허가한 피고의 불허가처분에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이 사건 처분은 선행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른 재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위법하고, 선행 확정판결에서는 이미 선행 반려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심리 · 판단이 이루어졌고, 특히 진입도로의 확보 부분은 이 사건 신청을 허가하는 데 아무런 장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피고가 이와 다르게 판단하여 이를 다시 처분사유로 삼은 것은 선행 확정판결의 기속력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선행 반려처분 당시 개발행위허가 및 산지전용허가 요건의 불비 등 실질적인 내용을 처분사유로 명시하지 않았고 원고가 민원서류를 보완하지 않았다는 형식적 · 절차적인 내용만을 처분사유로 삼았으며, 선행 확정판결 역시 원고의 보완 불응을 이유로 신청을 반려한 것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고 지적하고, "선행 확정판결 이유 중 이 사건 추가처분사유에 관하여 재량권 일탈 · 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지적한 부분은 부가적, 예비적 판단에 불과하므로, 이 부분을 들어 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에서 정한 '판결의 취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피고가 제1, 2처분사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 선행 확정판결의 기속력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행정소송법 30조 2항은 "판결에 의하여 취소되는 처분이 당사자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행한 행정청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이전의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2월 2일 A씨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두43722). 법무법인 중원이 항소심부터 서구청장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