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담배제조업 허가 안 받고 가맹점주에 담배 재료 · 제조기계 제공했어도 무죄"
[형사] "담배제조업 허가 안 받고 가맹점주에 담배 재료 · 제조기계 제공했어도 무죄"
  • 기사출고 2023.02.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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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담배 제조로 보기 어려워"

A(51)씨는 2017년 1월 초순경 남양주시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품 유통업체 사무실에서, 담배제조업 허가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않은 B씨와 가맹점 계약을 체결한 후, 2017년 1월 14일경부터 1월 25일경까지 B씨에게 시가 합계 5,594,000원 상당의 연초 잎, 담배종이, 담배 필터, 담뱃갑과 담배제조기계 6대를 공급했다. A씨도 담배제조업 허가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않았다.

B씨는 A씨의 설명에 따라 위 기간 동안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업소를 방문한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게 연초 잎, 담배종이, 담배 필터, 담뱃갑을 제공하고, 손님으로 하여금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하게 하거나 직접 담배제조기계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담배를 제조하고, 손님으로부터 1갑(20개) 기준 2,500원을 받는 방법으로 시가 합계 10만원 상당의 담배를 판매했다. A는 이를 비롯하여 2016년 12월경부터 2017년 3월경까지 B 등 담배제조업 허가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한 총 19명과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고, 그들에게 담배제조기계, 담배 재료를 공급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담배를 제조 ⋅ 판매하게 했다. A는 위 가맹점주들과 공모하여, 담배제조업 허가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지 아니하고 담배를 제조 ·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그러나 1월 12일 "피고인이 B 등 가맹점주들과 공모하여 담배를 제조하였다거나 제조된 담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유죄를 인정해 A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도1750).

대법원은 먼저 "담배사업법 제11조에 규정된 '담배의 제조'는 일정한 작업으로 담배사업법 제2조의 '담배'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고 전제하고, "어떠한 영업행위가 여기서 말하는 '담배의 제조'에 해당하는지는, 그 영업행위의 실질적인 운영형태, 담배가공을 위해 수행된 작업의 경위 · 내용 · 성격, 담배사업법이 담배제조업을 허가제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담배의 제조는 담배사업법 제27조 제1항 제1호, 제11조 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므로, 개별 사안에서 그 여부를 판단할 때에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인이 가맹점주들에게 담배 재료와 담배제조시설을 제공한 행위는 단순한 물품공급 행위로서 담배사업법 제2조의 '담배'에 해당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담배의 제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당초 구상한 영업방식에 따라 가맹점주들이 하기로 예정된 활동은, 영업점을 방문한 손님에게 연초 잎 등 담배 재료와 담배제조시설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고, 이러한 활동은 담배의 원료인 연초 잎에 일정한 작업을 가한 것이 아니어서 '담배의 제조'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제조란 일반적으로 '물건이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하므로, 위와 같은 활동까지 제조로 이해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가맹점에서 손님은 업주들로부터 받은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와 담배제조시설을 이용하여 가공작업을 직접 수행하였는데, 당시 가맹점에 비치된 담배제조시설의 규모와 자동화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손님의 작업이 명목상의 활동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작업을 가맹점주들의 활동과 같게 볼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기도 어렵다"며 "피고인이 구상한 영업방식에 따르면, 손님과 가맹점주들 사이에 수수되는 돈은 '완성된 담배'가 아닌 '담배 재료 또는 제조시설의 제공'에 대한 대가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담배사업법상 연초 잎의 판매와 개별 소비자에 의한 담배제조가 금지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구상한 영업방식이 위와 같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설령 피고인이 구상한 영업방식을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담배의 품질과 공급량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 · 감독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입법적인 보완을 통해 해결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또 이날 담배 재료와 분쇄된 연초 잎을 담배종이 안으로 삽입해 주는 기계(튜빙 기계) 등의 담배제조시설을 제3자로부터 공급받아,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영업점에 비치하고 영업한 가맹점주 C(67)씨에 대한 담배사업법 위반 사건 상고심(2019도16782)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피고인이 담배를 제조하였다거나 제조된 담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영업점에서 실제 행한 활동은 손님에게 연초 잎 등 담배의 재료를 판매하고 담배제조시설을 제공한 것인데, 이러한 피고인의 활동은 담배의 원료인 연초 잎에 일정한 작업을 가한 것이 아니어서 '담배의 제조'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우성이 대법원에서 A와 C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