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 동향 사찰"…국가의 2차 가해 배상책임 인정
[손배]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 동향 사찰"…국가의 2차 가해 배상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23.02.0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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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전체 배상액 158억 증가…법무부 상고 포기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기무사가 유족의 동향을 사찰한 데 대한 국가의 2차 가해 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 이에 따라 1심보다 위자료 인정액수가 1인당 500만∼100만원 늘었고, 전체 배상금액도 총 158억여원이 증가했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가 1월 12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118명(단원고 학생 116명, 일반인 2명)의 가족 228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8나2047920 등)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857억여원을 지급하고, 국가는 이와 별도로 2차 가해에 따른 위자료 10억 6,100만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서 원고들에게 인정된 배상액은 710억여원이나,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판결)에 따라 일실이익이 147억여원 늘어났고, 여기에 2차 가해에 따른 위자료 10억여원이 추가로 인정된 것이다. 법무법인 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원고들을 대리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낸 손해배상쳥구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1월 12일 서울고법에서 선고되었다. 기무사 사찰에 대한 2차 가해 인정과 가동연한 확대 등에 따른 배상액 증액이 1심 판결과 달라진 점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낸 손해배상쳥구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1월 12일 서울고법에서 선고되었다. 기무사 사찰에 대한 2차 가해 인정과 가동연한 확대 등에 따른 배상액 증액이 1심 판결과 달라진 점이다.

재판부는 먼저 구조업무를 담당하는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경비정인 123정 정장의 직무상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를 인정,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청해진해운에 대해서도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화물과적과 고박불량의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킨 업무상 과실과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이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 없이 퇴선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기무사에서는 군 첩보 및 군 관련 첩보만을 취급하여야 하고 이와 무관한 첩보를 수집 · 작성 · 처리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기무부대원들로 하여금 세월호 유가족들의 인적사항 · 요구사항 · 정치성향 등 동향을 파악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기무부대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하여 사찰첩보를 보고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기무사 소속 공무원들의 행위는 세월호 유가족들인 원고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로써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시, 국가의 2차 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추가로 인정했다.

재판부가 책정한 2차 가해로 인한 위자료는 희생자 친부모의 경우 1인당 500만원, 그 밖의 유족은 1인당 300만원 또는 100만원이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들이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2차 가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 청구를 항소심에서 추가한 것과 관련,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정한 청구의 변경은 소송절차를 지연함이 현저한 경우가 아닌 한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사실심의 변론종결시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항소심에서 피고의 동의 없이 소의 변경을 허가하더라도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할 것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피고에게 심급의 이익을 박탈한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183 판결 등 참조), 각 청구가 동일한 생활사실 또는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에 있어서 그 해결방법에 차이가 있음에 불과하고 그 청구의 기초에 변경이 있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각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의 변경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들의 위와 같은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추가는 세월호 참사라는 동일한 생활사실에 관한 것이거나 위 참사에 부수하여 이루어진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후속조치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관한 것으로서, 청구의 기초에 변경을 가져오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이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의 진행경과에 비추어 볼 때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어 허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기무사가 보수단체들을 통해 불법사찰정보를 유포하고 맞불집회를 열도록 기획했다거나 공무원들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활동을 방해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방해받게 되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반드시 특조위의 조사활동에 의하여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국가기관 및 민간기관들의 조사활동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어서,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방해받게 되었다는 점만으로 원고들이 직접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이 특조위의 조사활동 등을 방해한 행위와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1월 31일 이같은 내용의 항소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포기, 세월호 유족들의 국가배상소송은 2월 1일자로 이대로 확정됐다. 법무부는 "➀항소심에서 일실수입 산정기준인 '가동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하여 배상액을 증액한 것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변경에 따른 것인 점, ➁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가족 불법사찰로 인한 위자료를 인정한 것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기무사 공무원들의 불법사찰 사실이 인정되고 일부는 최종 확정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법무부는 해양경찰인 123정장의 업무상 과실을 근거로 국가배상을 인정한 1심 판결에 대하여 2018. 8. 항소를 포기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명백히 확인된 이상, 신속하게 재판을 종료하여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시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