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로펌업계 확장의 트리거 된 '미 대형로펌 랭킹의 유래'
미 로펌업계 확장의 트리거 된 '미 대형로펌 랭킹의 유래'
  • 기사출고 2023.01.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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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Enrich의 《Servants of the Damned》

요즘 《Servants of the Damned》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작년 9월에 출간된 책이다.

평소 기자들이 쓴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 논픽션류의 책을 잘 읽는 편인데, 뉴욕타임즈의 금융 에디터(The Finance Editor)인 저자 David Enrich는 도이치은행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유착관계를 파헤친 《Dark Tower》, 그리고 수학 천재였던 트레이더가 희대의 금융시스템 조작 스캔들에 연루된 내용을 다룬 《The Spider Network》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책들도 재미있게 읽었다.

◇David Enrich의 《Servants of the Damned》
◇David Enrich의 《Servants of the Damned》

그의 세 번째 책인 Servants of the Damned는 초대형 로펌들(Big Law)이 미국 사회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을 다각도로 살피면서, 구체적으로 Jones Day 로펌의 성장사, 특히 트럼프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미국 초대형 로펌의 생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책 앞부분에서 조명한, 미국 로펌의 초대형화 과정이 법률 잡지인 The American Lawyer가 1985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매출과 수익성에 기반한 로펌 랭킹인 'AmLaw 50'에서 촉발됐다고 분석한 점이다.

지금이야 이런 로펌 랭킹이 새로울 게 없지만, 당시만 해도 미국의 대형 로펌을 매출, 지분파트너 1인당 수익을 기준으로 상위 50개 로펌을 서열화한 AmLaw 50은 혁신적인 시도였다고 한다.

처음엔 돈과 결부된 이런 노골적인 랭킹을 '반사회적(antisocial)'인 현상으로 부정적으로 보던 미국 로펌업계는 이내 다른 로펌들의 전체 매출과 파트너 수익이 낱낱이 공개되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국 로펌들이 랭킹 상승을 하고자 서로 경쟁적으로 인재 영입을 위한 어소 변호사 연봉 인상, 그리고 매출 증대를 위한 사무소 신설, 변호사 신규 채용, 로펌 합병 등에 힘쓰면서 미국 로펌업계가 폭발적인 확장일로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80년대 초만 해도 미국 대형로펌의 어소 변호사가 매년 1,600시간만 빌링해도 준수했는데, 90년대 말이 되자 2,000 시간이 기준이 되었고 그 후엔 2,500시간이 기준이 되는 경우도 흔해졌다. 그 과정에서 시간을 채우기 위한 오버 빌링 등 윤리적인 문제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들도 매출과 수익성을 기준으로 한 로펌 랭킹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돈을 기준으로 한 노골적인 서열화가 시작되자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 분출되어 미국 로펌들의 초대형화가 촉발됐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The American Lawyer가 로펌 랭킹을 도입한 과정을 다룬 장의 제목은 다름 아닌 'Creating a Monster'(괴물 만들기)이다.

은정 외국변호사(법무법인 김장리, jun@kimchanglee.com)